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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ss Street] 2019년 노벨물리학상: 페가수스자리 51b는 정말 첫 번째 외계행성일까? / 19.11 크로스로드

해도연 / 작가

2019년 10월 8일, 노벨 물리학상이 3명의 천체물리학자 제임스 피블스와 미셸 마요르, 그리고 디디에 쿠엘로에게 주어졌다. 이 중 마요르와 쿠엘로는 최초의 외계행성 페가수스자리 51b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런데 노벨상 위원회의 해설을 보면 단순히 외계행성이 아니라 ‘태양과 닮은(solar-type) 별을 공전하는 외계행성의 발견’이라고 조금 구체적으로 쓰고 있다. 왜일까? 과학계에서 ‘첫 번째(또는 최초)’는 언제나 민감한 문제다. 중요한 발견일수록 이 타이틀이 가지는 가치가 크고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이를 둘러싸고 논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외계행성 역시 ‘첫 번째’를 둘러싼 몇 가지 이야기가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 김민정 작가님)   외계행성을 발견했다는 최초의 주장은 무려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855년, 영국의 천문학자 윌리엄 스티븐 제이콥은 뱀주인자리 70번 별의 기묘한 움직임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1] 뱀주인자리 70번 별은 두 개의 별로 이루어진 쌍성으로 88년 주기로 서로를 공전하는데 이들의 공전궤도가 항상 계산과 어긋났다. 제이콥은 이것이 어쩌면 보이지 않는 행성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고 논문에서 주장했다. 미국의 천문학자 토마스 재퍼슨 잭슨 시 역시 1895년부터 연달아 논문을 발표하며 비슷한 주장을 했다.[2][3] 제이콥은 어디까지나 가능성만 언급한 반면, 시는 행성의 존재에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계산에서 오류가 드러나면서 뱀주인자리 70번 별의 행성은 안개처럼 사라졌다.    1963년, 미국의 천문학자 피터 반 드 캠프는 26년에 걸친 관측과 300장이 넘는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버나드 별을 공전하는 1.6목성질량의 행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4] 버나드 별은 지구에서 거리가 6광년 정도로 네 번째로 가장 가까운 별이었기에 많은 천문학자들이 주목했고, 반 드 캠프는 곧 세계적으로 유명한 천문학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가 직접 고용한 동료였던 독일인 천문학자 불프 하인츠가 관측 당시의 망원경 상태가 일정하지 못하고 사진의 분석 방법도 신뢰도가 떨어져 행성 발견을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 논쟁이 이어지는 동안 다른 천문학자들의 교차검증도 실패하면서 결국 반 드 캠프가 발견했다고 주장한 행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1988년, 캐나다의 고든 워커와 브루스 캠벨, 그리고 스티븐슨 양은 세페우스자리 감마 별에서 미약하고 주기적인 흔들림을 발견했고 이곳에 목성보다 조금 무거운 행성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5] 하지만 1992년 그들은 스스로 이 발견을 철회했다.[6] 별의 자전으로 흑점이 움직이면서 나타나는 유사 도플러 효과를 행성에 의한 것으로 잘못 봤다는 것이었다. 반전은 2003년에 일어났다. 더 많은 관측을 통해 별의 자전과 흔들림이 무관하며 1988년에 관측한 것이 정말 행성의 영향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7] 따라서 외계행성의 첫 번째 증거는 1988년에 나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발견 당시의 부족한 증거와 발견자들의 철회로 최초의 외계행성으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1989년에는 미국의 데이빗 래섬이 머리털자리에 있는 별 HD114762에서 주기적인 시선속도의 변화를 발견하고 질량이 적어도 목성의 11배 이상인 보이지 않는 동반성이 있다고 발표했다.[8] 1991년에 다른 천문학자가 독립적인 관측으로 이 발견을 확인해 주면서[9] HD114762b는 첫 번째 외계행성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질량이 너무 아슬아슬했다. 똑같은 질량의 행성이라도 공전궤도가 시선방향에 대해 크게 기울어져 있으면 시선속도로 질량을 계산했을 때 실제 질량보다 매우 낮게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선속도로 구한 질량은 행성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질량이 된다. 13목성질량부터는 행성이 아닌 갈색왜성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최소질량이 11목성질량인 HD114762b는 공전궤도가 조금만 기울어져 있어도 행성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지속적인 관측과 연구로 HD114762b는 공전궤도가 시선방향에 대해 거의 수직이라는 것이 확인되었고 최근에는 질량이 목성의 100배가 넘는 별이라고 생각되고 있다.[10] HD114762b는 갈색왜성조차 아니었던 것이다.    1991년, 영국의 천문학자 매튜 베일즈의 연구팀이 빠르게 자전하는 중성자별인 펄서 주변에서 행성을 찾았다고 발표했다.[11] 행성이 공전하면서 펄서 PSR 1829-10의 자전속도가 주기적으로 달라지고 있고, 여기에 목성질량의 12배 정도 되는 행성이 있다면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곧 다른 천문학자가 태양계 내부에 있는 플라즈마 구름 때문에 전파가 굴절되며 일어난 현상이며 행성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몇 번의 반론과 해명이 오고 가던 중, 플라즈마 구름이 아니라 계산 오류 때문에 나타난 가짜 행성이었다는 것이 확인되어 결국 발견자들이 스스로 발견을 철회했다.[12] 그런데 이 발견이 철회되기 1주일 전에 천문학자 알렉산데르 볼시찬과 데일 프레일이 다른 펄서 PSR 1257+12에서 같은 방법으로 두 개의 행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13] 게다가 질량이 지구질량의 2.8배와 3.4배로 목성처럼 가스로 이루어진 행성이 아니라 지구처럼 밟을 수 있는 땅이 있는 행성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번에는 계산 실수가 없었으며 플라즈마 구름의 영향도 분명 아니었다. 곧이어 같은 펄서에서 세 번째 행성도 발견되면서 외계행성의 첫 발견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노벨상 위원회가 ‘태양과 닮은 별을 공전하는 행성’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은 펄서 PSR 1257+12에서 발견된 이 행성들이 엄밀하게는 진짜 ‘첫 번째 외계행성’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무거운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고 남긴 별의 시체이자 찌꺼기라고 할 수 있는 펄서가 어떻게 행성을 가질 수 있을까? 펄서 행성의 정확한 기원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행성과는 다른 기원과 역사를 가진 천체라고 생각되고 있다. 게다가 펄서에서는 강력한 방사선이 끊임없이 쏟아지기 때문에 펄서를 공전하는 행성은 물론이고 펄서 근처의 별을 공전하는 행성에도 생명이 탄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기에 천문학자들은 여전히 ‘태양과 닮은 별을 공전하는 행성’을 찾기 위해 관측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90년대 중반까지 태양 근처의 많은 별들을 관측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성의 흔적은 도무지 나타나지 않았다. 천문학자들은 적어도 태양 근처에는 외계행성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1995년 5월 18일에는 버나드 별의 외계행성을 평생 주장했던 피터 반 드 캠프가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1995년 가을까지 외계행성 비관론이 천문학계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1995년 10월 5일, 미셸 마요르와 디디에 쿠엘로가 프랑스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태양과 닮은 별을 공전하는 “첫 번째” 외계행성’ 페가수스자리51b를 발표한다.[14][15] 발표가 끝난 직후부터 많은 반론이 쏟아졌지만 고작 일주일 뒤에 다른 천문학자들이 직접 관측해 교차검증에 성공하고 반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다른 별에서도 외계행성들이 연이어 발견되면서 의심의 여지가 사라진다. 그렇게 24년하고 3일이 지난 뒤, 스위스에서 온 이 두 천문학자는 노벨 물리학상의 영광을 손에 넣게 된다.  모든 과학적 성과가 그렇듯, 위대한 첫 발견에 이르는 길에는 많은 과학자들의 도전과 실패가 있었다. 노벨상은 비록 그 중 최초의 또는 성공적인 일부에게만 주어지지만, 그 일부의 수상자가 모든 것을 이룬 것이 아니라는 건 수상자를 포함해 모든 과학자들이 알고 있다. 마요르와 쿠엘로가 노벨상을 받았더라도 행성관측의 핵심인 분광기 성능을 크게 끌어 올린 고든 워커와 브루스 캠벨, 미약한 시선속도를 측정하는데 성공한 데이빗 래섬, 펄서 행성을 발견한 알렉산데르 볼시찬과 데일 프레일, 그리고 그 외의 많은 외계행성 사냥꾼들의 업적이 상대적으로든 절대적으로든 옅어지는 일은 없다. 그들 역시 외계행성 천문학의 개척자들이며 마요르와 쿠엘로의 연구에 바탕을 제공해 준 공헌자들이다. 현대 과학에 개인의 노력과 재능만으로 이루어진 업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 노벨상 수상자 개인보다는 그들의 분야가 성장해온 과정을 살펴보며 그 속에 숨어있는 도전과 성공, 실수와 실패를 어떻게 발판 삼아 나아갔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어쩌면 노벨상의 의미를 더욱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특히 매년 이웃나라의 노벨상을 부러워하는 우리나라에서는. [1] W. S. Jacob, Monthly Notice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Vol. 15, 9, 228 (1855) [2] T. J. J. See, The Astronomical Journal, Vol. 15, 358, 180 (1895) [3] T. J. J. See, The Astronomical Journal, Vol. 16, 363, 17 (1986) [4] P. van de Kamp, The Astronomical Journal, Vol. 68, 7, 515 (1963) [5] B. Campbell, G. A. H. Walker, and S. Yang, The Astrophysical Journal, Vol. 331, 902 (1988) [6] G. A. H. Walker D. A. Bohlender, A. R. Walker, et al., The Astrophysical Journal, 396, L91 (1992) [7] A. P. Hatzes, W. D. Cochran, M. Endl, et al., The Astrophysical Journal, 2003, Vol. 599, 2 (2003) [8] D. W. Latham, T. Mazeh, R. P. Stefanki, et al., Nature, Vol. 339, 38 (1989) [9] W. D. Cochran, A. P. Hatzes, and T. J. Hancock, The Astrophysical Journal, Vol. 380, L35 (1991) [10] F. Kiefer, arXiv:1910.07835, Submitted to Astronomy and Astrophysics (2019) [11] M. Bailes, A. G. Lyne, and S. L. Shemar, Nature, Vol. 352, 311 (1991) [12] A. G. Lyne and M. Bailes, Nature, Vol. 355, 213 (1992) [13] A. Wolszczan and D. A. Frail, Nature, Vol. 355, 145 (1992) [14] M. Mayor and D. Queloz, ASP Conference Series, 109 (1996) [15] M. Mayor and D. Queloz, Nature, Vol. 378, 23 (1995) 출처: http://crossroads.apctp.org/myboard/read.php?id=1493&s_para1=170&Board=n9998&admin=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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