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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ss Street] 일주기 리듬, 수학자의 오답 노트 / 19.10 크로스로드

김재경 / KAIST 수리과학과

(일러스트레이션 : 김민정 작가님) 우리 몸은 24시간 주기로 규칙적으로 변화한다. 매일 밤 9시가 되면 멜로토닌 호르몬이 분비되어 졸리기 시작하고 오전 7시에는 분비가 멈춰 잠에서 깨게 된다. 이러한 수면 활동 패턴뿐만 아니라 우리의 체온, 혈압, 물질 대사를 비롯한 많은 것들이 24시간 주기로 변화하는데 이를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s)이라 한다. 일주기 리듬을 처음 들으면 우리 몸이 24시간 주기의 밤낮 변화를 단순히 따라가는 것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해외여행을 갔을 때 우리 몸의 일주기 리듬은 여전히 한국 시간에 머물러 있어 밤에 자고 싶어도 자지 못하는 고통을 떠올려 보면 일주기 리듬은 단순히 밤낮 리듬을 따라가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1962년에 프랑스의 동굴학자 미셸 시프레는 깜깜한 동굴에서 두 달간 지내며 자신의 일주기 리듬이 여전히 유지되는 것을 관찰하였고 우리 몸속에는 스스로 일주기 리듬을 유지하는 시간 장치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우리의 몸은 24시간 주기의 규칙적인 리듬을 어떻게 만들어내는 것일까? 아직 분자 수준의 연구를 하기에는 실험 기술이 열악했던 1965년, 에딘버러 대학의 Goodwin은 미분방정식을 이용해서 규칙적인 리듬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발견하였다 [1]. 단백질이 스스로의 합성을 억제하는 음성 피드백 룹 (Negative feedback loop)을 미분방정식으로 나타내고 그 해를 컴퓨터로 풀어보니 단백질의 농도가 일정한 주기로 변화하는 것이었다 (그림 1A). 즉, 단백질(R)의 양이 많아지면 mRNA (M)의 생산을 억제하여 단백질 양이 감소하게 되는데, 그 결과 억제된 mRNA의 생산이 다시 증가하여 단백질 양이 많아짐으로써 단백질이 주기적인 증감을 반복하였다. 이처럼 mRNA의 생산 속도가 단백질의 양이 많아질수록 감소하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굿윈은 생화학반응의 묘사에 널리 사용되어 온 힐(Hill) 함수를 이용하였다 (그림 1B). 굿윈은 힐 함수가 얼마나 급격하게 감소하는지 조절하는 매개변수 NH 값을 1로 두었는데 3년 후 Griffith[2] 는 이렇게 하면 주기적인 증감이 몇 번 있은 후 사라지게 됨을 보이고 NH가 8이상이 되어야만 주기적인 증감이 유지됨을 보였다 (그림 1C). 지금이야 이러한 모델 시뮬레이션이 쉽지만 당시 컴퓨터로는 쉽지 않았기에 벌어졌던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음성 피드백 룹을 통해서 주기적인 리듬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굿윈의 발견은 여전히 유효했다.  [1] Goodwin, Brian C. "Oscillatory behavior in enzymatic control processes."Advances in enzyme regulation 3 (1965): 425-437. [2] Griffith,J.S.: ‘Mathematics of cellular control processes. I. Negative feedback to onegene’, J. Theor. Biol., 1968, 20, (2), pp. 202–208

그림 1. 굿윈 모델. A. mRNA(M)가 단백질 (C)로 전사된 후 세포 핵 안에 들어가서 (R) mRNA 형성을 억제하는 음성 피드백룹과 이를 묘사하는 미분 방정식. B. 핵 안의 단백질 농도(R)가 증가할수록 mRNA 합성 속도(f(R))가 감소하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 힐 함수. C. 굿윈이 1965년 컴퓨터를 이용해 구한 미분방정식의 해. mRNA와 단백질이 주기적인 증감을 반복하하고 있다 [1].    이후 1970년부터 20여 년간 진행된 실험을 통해 놀랍게도 PERIOD (PER) 단백질이 스스로 합성을 억제하는 음성 피드백 룹 방식으로 실제로 일주기 리듬을 생성함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발견을 주도한 제프리홀(Jeffrey C. Hall)과 마이클 로스배시(Michael Rosbash), 마이클 영(Michael W. Young)은 이 공로로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이미지 출처: NobelPrize.org) PER 음성 피드백 룹 발견 이후 분자생물학 혁명에 발맞추어 일주기 리듬을 생성하는 많은 분자 기제들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고 이와 함께 3개의 식으로 구성되었던 굿윈 모델 역시 수십여 개의 식으로 구성된 더 복잡한 수리모델로 확장되었다. 수리모델은 더 복잡해지고 정교해져 갔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많은 일주기 리듬의 핵심 실험결과를 재현하지 못하였다. 예를 들어, 일주기 리듬을 만들어내는 생체시계는 20,000여개의 24시간 주기를 만들어내는 개별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은 신경전달 물질들로 소통하며 Synchronized된 하나의 일주기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모델들은 24시간 주기의 개별세포들을 결합하면 24시간과 동떨어진 주기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외에도 실험데이터들이 많이 쌓이면 쌓일수록 모델의 문제점들은 더 많아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복잡한 모델들이 개발되었으나 그 결과는 시원치 않았다. 대학원 시절 필자 역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모델들로 이런 저런 시도를 했지만 결과는 좋지는 않았고 교과서에서 배웠던 굿윈 모델의 핵심인 힐 함수가 문제의 원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단백질이 스스로의 합성을 억제하는 음성 피드백 룹을 구현하는 방식이 꼭 힐 함수로 묘사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식이 무엇일까 많은 고민에 빠졌다. 단백질의 합성을 돕는 다른 활성 단백질과 결합해서 스스로의 합성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이 가장 매력적으로 와 닿았고 이를 묘사하는 식으로 힐 함수를 교체하자 기존의 모델이 가졌던 많은 문제점들이 단숨에 해결되었다 (그림 2). 새로운 식으로만 예측할 수 있는 일주기 리듬의 성질들 역시 후속 실험들에 의해서 검증된 덕분에 일주기 리듬 블랙박스의 자그마한 부분을 메꾸는데 기여할 수 있었다.

그림 2. 김-폴저 (Kim-Forger) 모델. A. 핵 안의 단백질(R)이 유전자를 직접 억제하지 않고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활성 단백질(A)을 억제함. B. 이를 묘사하는 함수. 단백질이 많아지면 합성 속도가 감소하는 원리는 힐 함수와 동일하지만 모양이 다름. 하지만, 새로운 모델 역시 모든 실험 결과를 재현할 수는 없었고 이러한 실패는 우리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알려주었다. 이는 단순했던 모델의 확장으로 이어졌고 최근 우리 연구실 김대욱 학생이 만든 모델은 200여개의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모델은 꽤 정확해서 글로벌 제약회사인 Pfizer의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신약개발에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모델 시뮬레이션을 통해 신약 개발 과정에서 부딪힌 문제들 (쥐와 원숭이의 약의 효과가 다르고, 사람마다 효과가가 다른...)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돈이 많이 들고 위험한 임상실험 전에 모델을 이용해 가상으로 실험을 미리 진행함으로써 임상실험의 비용과 실패확률을 줄일 수 있었고 개인별로 맞춤형 투약 조건을 찾는 방법을 개발하는데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림 3. 최근 개발된 200여개의 미분방정식으로 구성된 모델은 신약이 일주기 리듬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 함으로서 신약 개발에 이용됨. (이미지 출처: embropress.org) 그럼 지난 3년에 걸쳐 열심히 만든 200여개의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복잡한 모델은 완벽할까? 매일 수십 편의 논문에서 생성되는 많은 실험 결과들을 모두 재현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실패할 때 마다 오답노트는 빽빽해져갈 것이고 이는 결국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질 것이다. 틀려야 비로소 알게 된다. 출처: http://crossroads.apctp.org/myboard/read.php?id=1476&s_para1=169&Board=n9998&admin=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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