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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ss Street] 양자우월성과 양자컴퓨터 / 20.2 크로스로드

정연욱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역학이 탄생한 지 100년이 훌쩍 넘어가는 지금, 양자역학은 과학자와 대중의 관심을 함께 받으며 다시금 화제의 중심에 등장하고 있다. 특히 양자역학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전달하는 양자정보(quantum information) 분야가 촉발한, '제2의 양자혁명(2nd quantum revolution)'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난 세기에는 자연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학문적 틀로서 양자물리학이 정교하게 발달했다면, 지금은 양자역학적인 현상을 직접적으로 이용해서 기존에는 하지 못하던 새로운 일을 가능하게 하려는 능동적인 양자역학 연구가 시작되는 시기이고, 이런 맥락에서 양자기술(quantum technology)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양자컴퓨터”가 있다.  양자역학은 수학적으로 매우 정교하고 아름다운 이론이다. 양자역학의 추상적 수학체계가 자연현상을 어떻게 그렇게 완벽하게 설명하는지 한편으로 신기할 따름이며(세상이 그런 수학적 원리로 작동해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양자역학은 직관적이지도 않다.), 자연현상의 관찰을 추상화하여 이러한 이론을 정교하게 만들어낸 과학의 거인들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웅들 서사보다도 흥미진진하다. 이러한 양자역학은 여러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양자정보에서 중요한 양자역학의 개념과 현상은 중첩(superposition), 얽힘(entanglement), 결맞음(coherence), 간섭(interference), 측정(measurement) 등이다. 자세한 기술은 양자정보 교과서를 찾아보면 될 것이고, 여기서 굳이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사족이라면, 양자기술에서는 단순히 양자화(quantization)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절대 충분하지 않으며, 제2의 양자혁명의 중심에는 양자상태가 결맞음을 유지하면서도 제어 가능해야 하고, 서로 떨어진 대상 사이에 얽힘 상태를 생성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그러한 양자역학적 실체를 다루는 연구가 핵심이라는 점이다.  양자컴퓨터의 구성단위는 큐비트(qubit:quantum bit)이다. 큐비트는 두 개의 양자상태를 가져야 하며, 위에 기술한 특성들이 좋아야 한다. 지금은 초전도체나 이온트랩을 이용하는 방식이 주류이며, 반도체 양자점이나 고체(다이아몬드 등)의 점 결함, 중성원자나 위상 상태를 이용하는 큐비트 등이 활발한 연구대상이다. 큐비트만 있다고 양자컴퓨터가 되는 것은 아니고, 큐비트들을 모아서 잘 연결하고 오류 없이 잘 작동시키고 상태를 잘 읽어내야만 한다. 양자컴퓨터는 여러 개의 큐비트를 처음에 초기 상태로 잘 준비하고, 각각 큐비트의 상태를 중첩상태로 만들거나(1-큐비트 게이트), 2개의 큐비트 사이에 얽힘 상태를 만들거나(2-큐비트 게이트), 일부 보조 큐비트를 측정해서 상태를 읽어내거나(상태를 붕괴시키거나), 하는 등의 작업을 양자상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진행하다가, 마지막에 큐비트들의 상태를 특정 기저로 읽어냄으로써 원하는 문제를 푸는 시스템이다. 만약 큐비트가 n 개인 경우라면, 초기 상태는 n 개이지만, 계산 과정에서는 이상적으로 최대 2n 개의 지수적으로 큰 계산공간을 펼칠 수 있는 점이 양자컴퓨터의 강점인데, 한편 마지막에는 역시 n 개의 큐비트를 특정 기저에서 읽어내어 n 개의 정보만 알 수 있으므로 적절한 양자알고리듬이 필요하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소인수분해를 하는 쇼어(Shor) 알고리듬이다. 또 하나의 사족이라면, 큐비트의 개수가 많으면 좋은 것이 사실이지만, 개수가 많다고 성능이 우수한 양자컴퓨터는 아니다. 큐비트 작동의 오류, 큐비트 간의 연결성, 결맞음, 양자게이트 속도 등 다양한 조건들이 함께 성능을 결정하므로, 양자컴퓨터의 성능은 다양한 성능지수를 고려하는 복합적인 메트릭(metric)이 사용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김민정)  최근 구글은 양자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달성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조금 살펴보자. 구글의 소자(Sycamore라는 이름의 칩)는 53개의 초전도 큐비트가 2차원 사각격자 모양으로 배열된 회로이고, 각각의 큐비트는 바로 이웃한 4개의 큐비트와 직접 상호작용(얽힘)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의 장점은 53개의 큐비트를 동시에 작동시키고 읽어내면서도, 큐비트의 게이트 오류를 1%보다 훨씬 작은 수준으로 낮추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각 큐비트에 무작위 연산을 시킬 때 큐비트의 최종 상태가 마치 레이저가 산란하면서 생기는 반짝이 무늬(speckle)와 같은 결맞은 패턴을 보이는 실험을 수행하면, 그 결과는 (메모리 크기의 한계로) 현존 최고의 슈퍼컴퓨터로도 계산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인 것이다. 사실 53개나 되는 큐비트의 양자상태를 온전히 읽어내는 것(tomography)도 어려운 일이므로, 이 실험에서는 크로스 엔트로피 벤치마킹(XEB) 피델리티라는 값을 측정하였는데, 간단하게 설명하기 위해 저자들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이 값은 대략 “연산과정에서 한 번도 오류가 발생하지 않을 확률” 정도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논문에서는 53개의 큐비트를 사용한 20단계 연산에서 0.1%~0.2% 정도의 값을 얻었고, 시간은 200초 정도 걸렸다는 것인데, 이 값을 기존의 최고성능 슈퍼컴퓨터에서 (현재 알고 있는 알고리듬으로) 계산으로 예측하려면 대략 1만 년 이상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 컴퓨터의 성능과 알고리듬이 발전하면 이 시간은 훨씬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구글 팀은 큐비트에서 실행한 결과 데이터를 온라인에 공개해 놓았고, 향후 개선된 계산에서 누구든 검증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다. 한편, 양자컴퓨터의 크기는 대략 이중 지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므로, 기존 컴퓨터와의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점도 언급하고 있다. 이 실험의 연산은 실제로는 큰 의미가 없는 장난감 모델이지만, 최소한 단 한 가지 작업에서라도 기존의 컴퓨터에서는 어렵고 양자 프로세서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을 시연했다는 점에서 하나의 큰 티핑포인트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사실 양자컴퓨터 연구는 아직도 한참 더 시간이 필요한 장기연구주제이기 때문에, 이러한 작은 마일스톤들이 계속 성공하는 것이 이 분야 연구의 동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 양자컴퓨터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주제는 양자오류보정(quantum error correction)이다. 지금은 소위 NISQ(Noisy Intermediate-Scale Quantum) 시대인데, 이는 적당히 오류가 있는 대략 100개 정도의 큐비트로 구성된 양자컴퓨터 하드웨어들이 활용 가능한 시대라는 의미이며, 과도기적인 단계인데, 현재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되는 양자컴퓨터들은 모두 이 범주에 들어간다. 한편 양자 시스템을 다뤄본 사람에게는 자명한 사실이지만, 큐비트의 작동에서 오류를 완전히 없앨 수가 없다. 하지만 데이터 큐비트 옆에 얽힘상태의 보조 큐비트를 두고, 적절한 측정을 통해 데이터 큐비트의 양자상태를 붕괴시키지 않으면서도 어떠한 종류의 오류가 발생했는지를 읽어내고 그 오류의 반대방향으로 유니터리 연산을 시켜주면, 데이터 큐비트를 직접 측정하지 않으면서도 오류를 보정할 수 있는데, 이것이 양자오류보정이다. 다만 양자오류보정 과정도 오버헤드이기 때문에, 오류의 수준이 매우 낮아야 하고, 오류보정이 효율적이어야 한다. 결국 궁극적으로 양자컴퓨터가 실현되려면, 양자오류보정을 통해서 큐비트의 오류를 극복하고 확장 가능하다는 것을 보이는 시연이 결정적이며, 이것이 현재 양자컴퓨터 연구자 전체의 가장 큰 목표이다. 이번에 양자우월성을 보인 구글의 Sycamore는 양자오류보정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성능에 거의 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필자는 “컴퓨터”라는 표현이 맘에 들지는 않는다. 양자컴퓨터는 절대로 지금의 컴퓨터를 대체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견해로 양자컴퓨터는 “(완전히 통제가 가능하면서) 완전히 양자역학적인 원리로 작동하는 머신”이며, 하드웨어 레벨에서 미리 기능이 정해질 수도 있겠지만, 필요할 때마다 내가 원하는 기능을 “프로그램”할 수 있으면 좋은 머신이며, 복잡한 일을 시킬 수 있도록 스케일이 크고 결맞음이 좋은(즉 큐비트의 개수가 많고, 오류가 없어서 긴 작업을 시킬 수 있는) 그런 머신이다. 그리고 그러한 머신에 시킬 일은 컴퓨팅이거나 시뮬레이션이거나 양자역학 기초연구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보다는 지금의 디지털 패러다임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한 새로운 흥미롭고 쓸모있는 어떤 일들일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은 컴퓨터라고 하면 누구나 책상 위의 모니터나 손안의 태블릿, 아니면 슈퍼컴퓨터를 생각하지만, 컴퓨터란 단어는 원래 손계산을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던 말이었다. (“When computers were human” 이란 책을 보자) 어쩌면 먼 훗날 양자머신은 무언가 매우 쓸모있는 일을 하면서 “양자OOO”라고 불릴지도 모른다. 아니면 양자역학적으로 작동하는 것 자체가 너무 당연해서 그냥 “OOO”이라고 불리면서 완벽하게 양자역학적인 작업을 하고 있거나. 혹 그때가 되면 사람들이 이런 농담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 기계를 예전에는 양자컴퓨터라고 불렀대.”   “진짜? 대~박. 컴퓨터가 웬말이니. 푸하하.” 출처: http://crossroads.apctp.org/myboard/read.php?id=1517&s_para1=173&Board=n9998&admin=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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