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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ss Street] 달 탐사, 그 두 번째 막이 오르다 / 19.11 크로스로드

심채경 / 경희대학교



(일러스트레이션 : 김민정 작가님)  올해는 아폴로 11호의 두 우주비행사가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도달한 지 50주년 되는 해이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유독 달 탐사 역사에 있어 중요한 사건이 많다. 우선, 지난 1월 최초로 달의 뒷면에 착륙한 창어 4호 이야기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지구에서는 항상 달의 앞면만 볼 수 있어서 인류의 달 탐사도 앞면에 집중되었다. 달에 착륙해 표면에서 활동하는 임무는 지구와의 교신이 필수적이다. 우주비행사들은 안전하고 완전한 임무 수행을 위해 지상의 관제센터와 연락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활동해야 하고, 무인 장비 역시 원격 조정이 필요하다. 달의 뒷면에서는 지구와 교신할 방법이 없지 않은가. 아니, 이제는 있다. 중국은 달의 뒷면에 착륙선을 보내기 위해 사전에 중계 위성을 보내두었다. 달보다 약간 더 먼 곳에 중계용 위성을 띄워 달 뒷면과 지구 사이를 통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중국인은 중국의 성과라서, 우리는 그저 같은 인류의 성과라서, 기쁘고 뿌듯한 일이다. 중국은 다음 단계로 달 표면에서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돌아오는 탐사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 연말 창어 5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구글 루나 X 프라이즈 공모전의 성과가 뒤늦게 실현되기도 했다. 로봇을 달 표면에 보내 주어진 몇 가지 임무 활동을 완수하는 데 성공한 팀에게 총 3,000만 달러의 큰 상금을 주는 공모전이었는데, 마감일이었던 2018년 3월 말까지 발사에 성공한 팀이 없어 아무도 상금을 가져가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후보 가운데 이스라엘의 스페이스 IL 팀이 공모전의 마감에도 개의치 않고 지난 4월, 드디어 달 착륙선 베레시트를 발사해 달 궤도까지 가는 데 성공했다. 비록 착륙 중 엔진 및 통신 결함으로 달에 충돌하고 말았지만,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는 첫 번째 우주 탐사였다는 점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상금을 보관하고 있는 재단 측에서도 스페이스 IL이 이룩한 성과를 칭찬하며 장려금을 지급했다. 민간 주도의 달 탐사 시대 서막을 여는 것은 스페이스 IL이 먼저였지만, 미 항공우주국(NASA)도 빠르면 내후년부터 일련의 달 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이제는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에 달 착륙 임무를 맡기는 CLPS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올해 5월에는 미리 선정해 둔 민간기업 아홉 곳 중 먼저 발사할 기업 세 곳과 착륙선에 실릴 과학탑재체들을 선정했다. 10년간 26억 달러를 들여 여러 착륙선을 보낼 예정인데, 우리나라도 여기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지난 5월, CLPS용 탑재체 공동개발에 합의했고, 7월부터 국내 과학자들의 의견을 모아 달 궤도 혹은 표면에 어떤 과학탑재체를 보내면 좋을지 논의 중이다.  7월에는 인도의 두 번째 탐사선이 달 궤도에 도착했다. 2008년에 찬드라얀 1호를 보낸 데 이은 두 번째 궤도선으로, 이번에는 착륙선도 함께 실어 보냈다. 궤도선이 달 근처에 도착한 뒤 적당한 때에 착륙선을 내려보내는 계획이었다. 지난 9월, 착륙을 시도했으나 안타깝게도 착륙 직전 교신이 끊겨 버렸다. 다행히 궤도선인 찬드라얀 2호는 제 몫을 다하고 있다.  9월에는 내년 말로 예정돼 있었던 한국형 달 탐사선의 발사가 2022년 7월로 연기되며 한차례 소동이 있었다.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1-2년 전부터 설계상의 목표를 기술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그들의 목소리에 누구도 울림통을 마련해주지 않았던 탓이다. 어떻게 해서든 제시된 목표에 무조건 맞추기를 요구하는 식으로 일이 진행되는 데에는, 문제가 생기면 일단 책임자를 파면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우리 사회의 악습이 한몫했을지 모른다. 문제를 야기했기에 그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을 바로 그 책임자의 경험은 쉽게 내팽개쳐지기에는 너무나 소중한데 말이다. 특수교육에서 장애학생의 문제행동을 개선하기 위해 쓰는 방법 중에 인지행동치료라는 것이 있다. 우울증이나 ADHD를 겪는 성인들에게도 두루 권장되는, 간단하고도 효과적인 이 방법의 첫 단계는 문제를 인지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다면, 오늘 언제, 어떻게 화를 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를 기록 혹은 기억해 두었다가 데이터가 쌓여감에 따라 화내는 패턴을 분석해 보고 이를 개선의 근거로 삼는다. 인지행동치료는 그 자체로도 과학적이지만 과학연구방법론으로도 써먹을 수 있는데, 응용하는 방법은 아주 쉽다. 일단 문제가 무엇인지, 객관적인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그래야 그 원인도 분석해 보고, 해결책도 도모할 수 있다. 지금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 누구에게 책임이 돌아갈 것인가 같은 것은 그다지 과학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 물론 생업이 일각에 달린 비정규직 혹은 책임은 적되 해내야 하는 일의 가짓수가 많은 실무자들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그러니 인지행동치료법을 적용한 프로젝트 관리는 윗선에서 적극적으로 해 주셔야 효과가 있다. 적절한 인지행동치료가 시급한 한국형 시험용 달 궤도선(KPLO) 프로젝트는 이제 조금 천천히, 진행 속도를 줄이고 제기된 문제들을 꼼꼼히 검토해 개선하기로 했다. 발사는 연기되었고, 무게를 상당히 감량해야 하기에 궤도선의 설계도 변경될 수 있다. 그러나 탑재될 과학장비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중량에 비해 탑재체가 차지하는 무게는 얼마 되지 않을뿐더러, 과학 탑재체가 공모를 거쳐 선정된 것이 2016년 4월의 일이라, 자력계(K-MAG)는 이미 개발이 완료되었고, 광시야 편광 카메라(PolCam)와 감마선 분광기(K-GRS) 역시 상당 부분 개발이 진척되었기 때문이다.  KPLO의 과학탑재체 중 PolCam(폴캠)에 대한 해외 과학자들의 관심이 높다. 그도 그럴 것이, 달 궤도에서 편광 관측을 시도하는 것은 폴캠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폴캠은 달 표면의 편광도를 여러 각도에서 관측해, 달 전체에 대한 편광도() 지도, 특히 최대편광도() 지도를 작성할 예정이다. 편광도는 위상각, 즉 태양, 달, 관측기기의 시야가 이루는 사잇각에 따라 변한다. 따라서 특정 지역의 편광 특성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같은 곳을 여러 위상각에서 반복 관측해야 한다. 지구 상에서 관측할 때에는 달의 앞면만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얻을 수 있는 위상각의 범위도 제약을 받는다. 특히 앞면의 한가운데는 위상각 0°인 보름 전후로만 관측할 수 있다. 그런데 달의 편광도는 보통 위상각 110° 부근에서 최대가 된다. 지상 관측으로 달 한가운데 지역의 최대편광도를 추정한다면 오차가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 달 궤도에서는 이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 뒷면, 옆면을 최초로 편광 관측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편광 지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달 표면의 산란 특성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최대편광도로부터 그 지역의 입자크기를 파악할 수 있다. 가까이 가지 않아도, 한 삽 떠다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자료는 향후 달 착륙선을 어느 지역으로 보낼지 착륙 후보지를 선정할 때도 도움이 된다. 우주비행사와 각종 관측기기의 안전성과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지역을 고르거나, 월면차와 로버의 바퀴 디자인에 힌트를 줄 수도 있다. 또한, 달 토양 샘플을 굳이 지구로 가져올 필요 없이 로봇팔에 부착한 현미경이나 분광기로 현장에서 바로 관측하고자 한다면, 이들 광학계를 설계하는 데에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폴캠은 세 개의 파장 대역에 집중한다. 가시광선 영역에서 두 채널(430㎚, 750㎚), 근자외선 영역에서 한 채널(320㎚)이다. 이들은 달 표면 입자가 대기와 자기장의 보호 없이 우주에 노출된 까닭에 경험하는 노화 현상인 ‘우주 풍화’를 연구하는 데에 특화된 파장이다. 특히, 달 표토의 성분과 풍화의 정도를 나타내는 중요한 원소인 철과 티타냠의 함량 지도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티타늄의 분포로부터 요즘 주목받고 있는 달의 광물 자원, 헬륨-3의 분포를 추정할 수도 있다. 인류의 달 착륙 50주년, 과거에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데에 집중했다면, 오늘날의 달 탐사는 달을 과학적 탐구 대상이자 광물 자원 확보 등 상업적·산업적 개발 대상, 그리고 화성 등 더 먼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 기지 등으로 바라보고 있다. 새로운 역사에 한국형 달 탐사가 크고 멋진 한 획, 두 획 긋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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