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oo-Sung Jung

[Book Review] 알 수 없는 것들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2019,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박병철 옮김, 반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우리 모두는 모르는 것이 정말 많다. 이 중에는 ‘아직’ 모르는 것도 있지만, 절대로 알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이 책은 그 둘 사이의 경계를 묻는다. 경계 너머를 슬쩍 보여줄 것처럼 저자는 애를 태우지만, 결국 책을 덮고 나면 깨닫게 된다. 어느 누구도 경계 너머 영원한 미지의 영역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알려지지 않은 미지(unknown unknowns)는 말해지는 순간, 알려진 미지(known unknowns)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경계 너머가 아닌 경계 자체에 대한 탐색이다. 경계의 탐색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더 잘 알 수 있게 돕는다. 나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 하나를 고르라면 단연코 ‘경계’를 꼽겠다.

 이 책의 저자 마커스 드 사토이(Marcus du Sautoy)는 수학자다. 과학 대중화를 위한 찰스 시모니 석좌교수라는 직함도 가지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여러 학문 분야가 각기 미지에 맞닿아 있는 경계를 탐색한다. 비선형 동역학과 혼돈 이론(1), 표준모형의 기본 입자(2), 그리고 양자역학에서의 측정과 실재의 문제(3)를 탐색하고, 우주의 공간(4)과 시간(5)의 무한성을 묻는다. 다음에 이어지는 여섯 번째 경계는 뇌과학의 영역이다. 의식의 문제를 탐색한다. 마지막 일곱 번째의 경계는 수학이다. 모든 수학 정리의 가장 우아한 증명이 보관되어 있는 신의 책을 결국 우리가 마지막 페이지까지 남김없이 모두 볼 수 있을까를 묻는다. 저자는 이처럼 물리학에서 시작해 뇌과학과 수학을 넘나들며, 인간이 가진 지식의 경계를 탐색한다. 책의 곳곳에는 저자의 종교관과 ‘신’에 대한 관념도 소개되어있다. “나의 종교는 아스널이고 사원은 런던 북부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이라고 재밌게 말하는 무신론자 저자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을 ‘신’이라 부른다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지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첫 번째 미지의 경계는 바로 카오스 이론이 알려주는 예측 불가능성이다. 푸앵카레는 행성 궤도의 불안정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리고 로렌츠는 기상현상을 기술하는 간단한 방정식에서 카오스를 발견했다. 결정론적인 방정식으로 기술되더라도 우리는 혼돈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처음의 작은 차이가 지수 함수를 따라 빠르게 커져 미래의 예측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혼돈 이론은 우리가 결코 알 수 없는 것의 존재를 시사한다. 바로 책에서 얘기하는 첫 번째 미지의 경계다. 과거 우리 먼 선조는 벼락이나 화산 폭발과 같은 예측할 수 없는 변덕스러운 자연현상을 신으로 간주했다. 저자가 말하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것들”로서의 ‘신’과 닮았다.

 세계의 연속성에 대한 질문이 두 번째 미지의 경계다. 화학 물질 안에서 특정한 정수비를 발견한 돌턴의 연구를 시작으로,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물질이 불연속적인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원자론은 먼저 화학계의 지지를 받았다. 물리학계는 볼츠만과 마하의 논쟁으로 대표되는 큰 진통을 겪은 다음에야, 1905년 아인슈타인의 브라운 운동에 대한 논문을 계기로 급격히 원자론으로 기울게 된다. 원자도 궁극의 요소는 아니었다. 현대 물리학의 표준모형은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페르미온 입자로 여섯 종의 쿼크와 여섯 종의 렙톤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내부 구조를 갖지 않으며, 마치 모든 질량이 한 점에 집중된 점 입자처럼 행동한다. 책의 두 번째 경계는 바로, 이들이 정말 더 이상 파헤칠 것이 없는 궁극적인 마지막 단계인지, 아니면 끈 이론에서 이야기하듯이 끈의 진동의 패턴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쿼크와 전자가 미리 정해진 불연속적인 진동수의 음만 낼 수 있는 트럼펫이라면, 끈 이론의 끈은 첼로다. 우주가 트럼펫인지 첼로인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세 번째 경계는 양자역학의 문제다. 고전역학을 따르는 주사위를 던지면 어떤 숫자가 나올지 알 수 없다. 시스템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늘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의 무작위성은 다르다. 우라늄에서 알파입자의 방출 시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의 한계가 아닌 시스템 자체의 양자역학적 특성에서 비롯한다. 양자역학의 입자는 확률 파동이라는 수학적 개념으로 존재하다 관측순간에 실체로 둔갑한다. 즉, 관측 행위가 실체를 만들어낸다. 산타를 직접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 한, 산타는 한 번에 여러 집의 굴뚝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우기는 저자의 글을 읽고 크게 웃었다. 관측하지 않으면 전자는 두 개의 슬릿을 동시에 통과하지만, 어느 슬릿을 통과하는지 관측하면 둘 중 딱 하나의 슬릿만을 전자가 통과한다는 양자역학의 이중슬릿 실험에 빗댄 멋진 유머다. 양자역학은 아직 많은 문제가 있다. 파동함수가 아무리 넓게 퍼져있더라도 입자의 위치 측정은 순간적으로 이 파동함수를 한 점으로 붕괴시킨다는 것이 양자역학의 표준해석이다. 관측의 순간에 일어나는 이러한 순간적인 점프는 현실일까, 아니면 관찰자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일 뿐일까? 측정하기 전에 물질은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일까?

 네 번째의 경계는 우주 공간의 무한성에 대한 질문이다. 세상이 하나뿐이 아니라는 등, 기독교의 정통 교리에 반하는 주장을 펼치다 화형당한 브루노의 우주의 무한성에 대한 흥미로운 논증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1. 우주는 신이 창조했다. 2. 우리는 신에 대해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주를 이해할 수 없다. 3, 유한한 것은 이해 가능하므로 우주는 반드시 무한해야 한다. 물론, 현대 우주론은 논증만이 아닌 관찰 사실에 의해서 뒷받침되고 있다. 우리는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가 465억 광년임을 알고 있고, 우주의 곡률은 0에 가까워 마치 유클리드의 평면처럼 평평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우주가 무한한지 유한한지 알지 못한다. 게다가 요즈음에는 다중우주론도 점점 더 많은 과학자의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물리학의 상수들이 우리 우주의 값에서 조금만 달라져도 생명은커녕 별과 행성도 만들어질 수 없는 우주가 된다. 우리 우주가 특별할 이유가 하나 없으니, 우리 우주 말고 훨씬 더 많은 다양한 가능성의 우주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다중우주론이다. 우주는 무한한가? 우리 우주는 다중우주의 하나일까? 저자가 네 번째 경계로 탐색하는 주제다.

 다섯 번째 경계는 시간의 의미와 무한성을 묻는다. 빅뱅이 138억 년 전에 일어났음은 이미 우리가 알아냈지만, 그 전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시간과 공간이 빅뱅과 함께 탄생했으므로 빅뱅 이전은 말할 수 없다. 빅뱅이전을 묻는 것은 남극점의 남쪽에 무엇이 있는지를 묻는 것과 같은 질문이라서, 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기보다는 사실 잘못된 질문이라는 것이 물리학자 다수의 입장이다. 책에서 소개된 펜로즈의 우주론은 다르다. 빅뱅이 계속 반복되는 우주를 말한다. 우주의 마지막 단계에서 다음의 빅뱅으로 넘어갈 때의 엔트로피의 급격한 감소의 문제를 펜로즈는 블랙홀의 정보소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의 바깥에 존재하는 어떤 것으로 저자는 수학을 말한다. 수학은 창조된 순간 없이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저자는 우주가 처음부터 아예 창조되지 않았다 해도 수학은 존재했을 것이라 말한다. 시간 밖에 존재하는 것이 신이라면, 저자가 말하는 수학은 신을 닮았다.

 이어지는 여섯 번째 경계는 이제 물리학이 아닌 뇌과학의 영역이다. 바로, 의식의 문제다. 우주에서 의식은 언제, 어떻게 탄생했을까? 자유의지는 환상에 불과한 걸까? 저자는 뇌과학의 연구 성과를 소개하며 의식의 의미를 탐색한다. 블랙홀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했다고 해서, 컴퓨터가 주변 물체를 잡아당기지는 못한다. 저자는 의식의 시뮬레이션도 마찬가지로 파악한다. 의식을 컴퓨터로 정교하게 흉내 낼 수 있다 해도 컴퓨터 자신은 아무것도 경험하지 못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한다. 의식이란 무엇일까?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의식이 있다는 것을 나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현대 과학으로는 우리는 여전히 의식을 가진 존재와 의식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좀비를 구별할 수 없다. 내가 분명히 의식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나는 안다. 하지만 이글을 읽는 독자도 나처럼 의식이 있는 존재인지 아닌지, 나는 알아낼 수 없다.

 일곱 번째 경계는 바로 저자가 몸담고 있는 분야인 수학을 다룬다. 파울 르도슈(Paul Erodos)가 한 아래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신은 모든 수학 정리의 가장 우아한 증명을 보관하고 있는 책을 가지고 있다. 수학자들이 하는 일이란 신의 책에 수록된 증명을 하나씩 찾아내는 것이다. 반드시 신을 믿을 필요는 없지만 수학자라면 신의 책의 존재는 믿어야 한다.” 일곱 번째 경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학의 공리 체계에는 수와 관련하여 참이지만 참임을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다. 저자는 불완전성 정리를 물리학에 견주어 해석하기도 한다. 즉, 우리가 우주의 일부로 존재하는 한 우주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와 견준다. 저자는 의식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로 설명한다. 우리는 자신의 의식체계에 갇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의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양자역학도 우주와 관측 대상을 분리할 수 없어서 생기는 문제로 파악하기도 한다. 즉, 과학이 가진 미지의 경계는 하나같이, 자신이 관찰 중인 계안에 갇혀 있는 관측자의 한계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관련한 비트겐슈타인의 얘기가 나는 무척 재밌었다. “엉덩이보다 높은 곳에 볼일을 볼 수는 없다.” 책에 소개된 닐스 보어의 멋진 얘기도 좋았다. “물리학의 임무는 자연의 운영 방식을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결국 과학은 경계의 문제다.

 과학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아는 것과 아직 모르는 것 사이의 경계는 밖으로 팽창하고, 이 경계는 아직 모르는 것과 절대 알 수 없는 것들 사이를 가르는 저 멀리 두 번째 경계를 향해 나아간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우리가 ‘아는 것’의 목록보다 ‘모르는 것’의 목록이 훨씬 길고, 또 증가 속도도 훨씬 빠르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름’의 가속 팽창은 오히려 과학을 추동하는 원동력이다. 과학자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이미 아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모르는 것의 존재다. 경계에 서서 밖을 보는 과학자가 행복하다.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원문] http://crossroads.apctp.org/myboard/read.php?Board=n9998&id=1529&s_para4=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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