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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유리우주: 별과 우주를 사랑한 하버드 천문대 여성들』, 『그건 우연이 아니야』 / 20.1 크로스로드

지웅배 / 작가 『유리우주: 별과 우주를 사랑한 하버드 천문대 여성들』 (2019, 데이바 소벨 지음, 양병찬 옮김, 알마)

 지난 4월 인류는 북극 그린란드부터 남극의 망원경까지, 온 지구의 다양한 망원경을 총동원해 인류 최초로 다른 은하의 중심에 살고 있는 초거대질량 블랙홀의 민낯을 그려냈다. 말 그대로 지구 행성만한 크기의 망원경이 기능을 발휘하는 사건 지평선 망원경(ETH, Event Horizon Telescope)을 활용해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심에 살고 있는 거대한 타원은하 M87 중심의 블랙홀의 그림자를 담아냈다.  당시 이 멋진 결과가 발표되면서 한 가지 재밌는 소란이 벌어졌다. 이 소란은 그 블랙홀의 그림자의 민낯을 그려내는데 사용한 프로그램을 개발한 주인공 케이티 보우먼이 조명되면서 시작되었다. 항상 그렇듯 어떤 멋진 과학적 성과가 발표되면, 그 성과에서 어떤 주인공들이 얼만큼의 비중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는지를 따져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주인공들은 당연 언론과 대중에게 조명받고 환영받을 가치가 있다. 케이티 보우먼 역시 그저 당연한 멋진 과학적 성과의 발표 이후 벌어지는 일에 따라 소개되고 조명받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젊은 여성이기 때문에, 단지 그 이유로 실제 기여한 바에 비해 더 과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라는 폄훼가 퍼지기 시작했다. 시쳇말로 원래 한 것도 별로 없는데 단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조명받고 있다는 인식이었다. 심지어 그녀가 개발한 프로그램도 원래는 다른 남성이 개발한 것인데, 그 성과를 그녀가 뺏어갔다는 가짜 뉴스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거대한 과학 연구에 쓰이는 프로그램은 어떤 개인의 단독 작품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수많은 목수들이 있었음에도 거북선을 만든 인물을 이순신이라고 통칭하듯, 블랙홀 이미지를 처리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있어 핵심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그것을 실현시킨 주인공은 케이티 보우먼이다.) 케이티 보우먼을 두고 벌어졌던 이 논란은 아직까지도 국가를 막론하고 여전히 과학 현장에서 여성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무시하는 미소지니에 기반한 폄훼가 과학 현장에서도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항상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이라 부르며, 우리에게 인류적인 통찰과 공동체의 의미를 상기시키는 천문학은 미소지니의 어두운 역사를 가장 명확하게 갖고 있는 학문이기도 하다. 20세기가 넘어온 이후로도 여전히 똑똑한 여성 연구자들은 다른 남성 연구자들만큼 폭넓고 다양한 분야에서 과학 활동을 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여성 연구자들에게 허락된 건 비교적 좀 낮은 수준의 과학 연구로 여겨졌던, 다시 말해 약간 더 몸을 쓰고 번거로운 허드렛일같은 작업을 많이 해야 하는 생물 해부실이나 화학 용품 처리시설 같은 곳이 많았다. 그중에는 밤하늘을 관측하는 천문 관측 및 데이터 처리 업무도 있었다. 20세기로 들어오면서 관측 기기의 기술이 빠르게 올라갔고, 이제 천문학자들이 처리해야 하는 관측 데이터의 양도 급증했다. 그래서 1900년 천문학자들은 여성 인력을 대거 고용해 그 데이터를 정리하고 처리하는 계산 노동을 맡기기 시작했다. 당시 이들을 일컬어 계산을 하는 사람이란 뜻에서 컴퓨터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요즘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컴퓨터라는 말은 사실 가전제품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하버드 천문대에서 사진 건판을 처리하고 데이터를 정리하던 계산 노동자들의 직업을 부르던 말이다.  이 책 <유리우주>는 바로 이 1900년대부터 시작되었던 여성 천문학자들의 역사를 생동감있게 다루고 있다. 본격적으로 여성들이 천문학 연구 현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던 드레이퍼 여사의 일화를 시작으로, 하버드 천문대 컴퓨터 팀을 빛냈던 플레밍, 리비트 등 다양한 여성 천문학자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망원경으로 사진을 찍을 때 유리 건판을 사용했다. 특별한 약품을 바른 건판이 필름처럼 작용해 그 위에 별빛의 흔적이 남는다. 그러면 그 건판 속 영상을 보고 하버드 컴퓨터들은 하나하나 별들을 찾고 밝기를 측정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그 덕분에 엄청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졌고, 그 속에서 하버드 컴퓨터들은 별들의 밝기와 색깔에 숨어있는 물리 법칙을 처음 규명하기도 했다. 당시 유리 건판만으로만 하늘을 바라봤던 하버드 컴퓨터들에게 우주는 정말 유리 천장의 돔으로 둘러싸인 유리 우주와 같았을 것이다.  <유리우주>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바로 하버드 컴퓨터들이 천문학 연구에 참여하기 시작했던 이후의 역사를 담담하게 서술해나간다는 점이다. 이들을 차별로 고통받는 불쌍한 인물로 비춰주기만 하면서 동정심을 유발하지 않는다. 단지 이들이 얼마나 우주를 탐구하는데 열정적인 인물이었으며, 이들이 발견한 사실이 이후 현대 천문학의 기반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의 역사적 팩트를 담담하게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역사 그 자체가 매력적이기에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 역시 감동적이고 매력적이다.  과연 우리는 <유리우주>에 등장하는 20세기 과학 현장에 비해 더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난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 최초로 아주 빠르게 자전하는 중성자별의 전파 신호를 포착했던 조셀린 벨은 결국 당시에는 제대로 된 조명을 받지 못했다. 그의 지도교수는 노벨상을 수상하기까지 했지만, 그녀는 함께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전원이 여성인 우주인이 우주정거장에 올라 임무를 수행한 것도 바로 올해가 처음이다. 케이티 보우먼의 일화뿐 아니라, 이전에 있었던 많은 사례를 통해 우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많은 유리 돔들이 주변 여성 연구자들의 우주를 에워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 <유리우주>는 단순히 하버드 천문대 컴퓨터들의 이야기만 다루는 옛날 이야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유리우주> 속 담담한 하지만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역사적 서사를 통해, 그것을 연장시켜 현재 우리 과학 현장 연구자들의 모습을 관통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동안 미처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여전히 남아있는 이 지긋지긋한 유리 돔의 존재를 일깨워준다. 『그건 우연이 아니야』 (조지프 마주르 저, 노태복 옮김, 에이도스)  우리는 확률 상 쉽게 벌어지지 못할 것 같은 일을 흔히 우연이라고 부르며 특별하게 여기곤 한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이런 우연한 상황을 생각보다 자주 마주한다. 나도 최근에만 재밌는 경험을 많이 해봤다.  우연히 강원도 먼 곳에 놀러갔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옛날 학부 시절 친하게 지냈던 선배가 애인과 데이트를 하고 있는 순간을 목격한 적도 있다. 또 학교 주변 한 미술관에서 구경을 하다가 우연히 한참 전에 학부 때 함께 공부했던 동기를 만난 적도 있다. 그런데 그 동기는 이미 한참 전에 졸업하고 학과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는 친구였는데, 정말 우연히 그 친구도 잠깐 짬이 나서 미술관에 들렀던 것이었다.  이처럼 우리는 확률적으로 쉽게 벌어지지 못할 것 같은 우연한 상황을 꽤 마주하지만, 그것이 왜 하필 지금 이 순간 이 장소에서 이런 방식으로 벌어졌는지를 따질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인과관계가 없고, 수학적으로도 깊이 사고할만한 가치가 없는 우연한 상황이라고 여길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우연들이 얼마나 수학적인 방식으로 탐구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도박을 더 잘 하고 싶었던 일부 귀족들이 주사위를 굴리면서 시작했던 확률이란 개념이 수학적 탐구 대상으로 넘어오게 된 이야기로 시작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을 법한 다양한 당황스러운 상황들의 적절한 예시를 통해 확률의 마법이 얼마나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내기를 걸거나 도박을 할 때, 분명 매번 던져지는 주사위나 카드가 어떤 결과를 보일지는 앞선 결과와 전혀 상관없는 독립 시행이란 것을 알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나온 카드와 주사위의 결과를 통해 이번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내다보려고 하는 심리를 숨기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동전의 앞면이 더 많이 나왔으니까 이번에는 뒷면이 더 나오겠지라는 잘못된 기대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확률이란 수학적 개념은 전체 횟수 동안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통틀어서 표현하는 방식일 뿐, 그 확률 자체가 당장의 시행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이야기해주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 확률이란 개념은 참 혼란스럽다. 분명 매번 벌어지는 다양한 시도와 시행에서의 결과는 우연하고 랜덤하다. 하지만 그 랜덤한 여러 결과들이 모이면 어떤 결과가 더 흔하고 빈번하게 나타나는지, 어떤 결과가 더 유리한지를 암시하는 확률이란 값을 보여준다. 이처럼 우리는 우연한 결과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내는 확률이란 구름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이제 이 책 <그건 우연이 아니야>를 통해 우리는 일상에서 마주하게될지 모르는 ‘우연적 상황’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더불어 수학적 환상인 확률이란 구름에 속아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 역시 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어떻게 세상을 잘못 바라보며 살아왔는지, 나아가 우리의 본능적 느낌과 실제 수학적 확률은 어떤 차이를 갖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짚어내는 매력적인 가이드북이다.  출처:http://crossroads.apctp.org/myboard/read.php?id=1512&s_para1=172&Board=n9998&admin=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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