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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다윈의 기원 비글호 여행』, 『신 없음의 과학』, 『성격의 탄생』 / 19.12 크로스로드


『다윈의 기원 비글호 여행』(2019, 파비앵 그롤로 글, 제레미 루아예 그림, 김두리 옮김, 이데아)




 다윈의 비글호 여행은 진화론의 성지다. 다윈이 비글호 여행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하지 않았다면 진화론을 가슴에 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인간적 갈등과 번민 없이 자기 확신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다윈의 기원 비글호 여행>은 비글호 여행 중에 일어난 사건과 심경의 변화에 주목한 책이다. 프랑스의 그래픽 노블 전문작가, 파비앵 그롤로가 쓰고 제레미 루아에가 그렸는데 한 장, 한 장이 아름다운 그림과 글로 채워져 있다. 책 제목이 <종의 기원>이 아닌 <다윈의 기원>인 것을 눈여겨볼 부분이다.

 과학저널 <스켑틱>의 발행인, 마이클 셔머는 이렇게 말했다. 

“다윈이 중요한 것은 진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진화가 중요한 것은 과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학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말해 주는 영웅 서사시이기 때문이다.” 

다윈은 창조 신화를 뛰어넘는 최고의 내러티브를 만들었다. 진화론은 온갖 다양성을 자랑하는 지상의 생명을 단순하고 우아하게 설명한다. 진화론이라는 과학의 닻을 내리기 전, 탄생 설화와 같은 이야기가 바로 <비글호 항해기>다. 지구의 생명이 경이롭다면 진화 또한 경이롭고, 한 인간이 이것을 깨달아가는 과정도 감동적이다.

 특히 이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작가의 예리한 개인적 시선이다. 역사적 고증에 충실하기보다 중요한 사건을 재구성한 것이 더욱 돋보인다. 다윈이 브라질 노예들의 비참한 삶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 장면에서 작가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 부르주아들의 위선을 꼬집는다. 남아메리카의 여자 노예들은 유럽인들의 침략에 쫓겨 벼랑 끝에서 뛰어내리며 자살을 감행한다. 2000년 전 그리스 전쟁에서 스파르타의 추격자들을 피해 그리스 여인들도 똑같은 비극을 맞이했다. 그런데 그리스 여인의 죽음은 서정적인 오페라로 만들어져 런던 부르주아들의 박수갈채를 받는다. “하지만 여기는 1832년 브라질이야.” 영국 부르주아들은 동시대에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에 눈 감고 있었다. 왜 인종의 차이 때문인가? 이 책은 이렇게 묻는 듯하다. 이렇게 작가는 예술적 아름다움과 정치적 올바름, 과학적 합리성을 적절히 융합해서 훌륭한 그래픽 노블을 탄생시켰다.

『신 없음의 과학』(2019, 리처드 도킨스, 대니얼 데닛, 샘 해리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명주 옮김, 김영사)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리처드 도킨스, 대니얼 데닛, 샘 해리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멤버가 모여서 과학과 종교 문제를 이야기한 것을 책으로 펴냈다. 2007년 즉흥적으로 성사된 모임에서 이들의 대화는 자유분방하기 그지없다. 2011년에 작고한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참석한 자리여서, 다시 오지 않을 ‘네 기사’의 모임이었다. 종교에 관한 뒤담화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근본적인 주제보다 일상적인 주제를 다루기에 더욱 흥미진진하다.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보다 ‘겸손과 오만의 관점에서 종교와 과학은 어떻게 다른가?’와 같은 질문이 더 궁금하지 않은가!

 이들 네 명은 2001년 9.11테러 이후에 종교적 논쟁을 일으키는 책을 출간하고 ‘신무신론’의 바람을 일으켰다. 샘 해리스의 <종교의 종말>,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대니얼 데닛의 <주문을 깨다>,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인데 이 책들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나도 이 책들을 읽고 감화된 사람으로서 신무신론의 등장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신 없음의 과학>은 이들의 활약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반가운 책이다. 한국에서 늦게 번역되어 나온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도킨스는 <종교의 오만, 과학의 겸손, 무신론의 지적·도덕적 용기>라는 글에서 종교와 과학의 차이를 말한다. 종교인들은 ‘만일 내가 틀렸다면’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항상 던지는 질문인데 종교인들은 이 질문조차 수용하지 않는다. 그동안 과학은 빅뱅, 진화, 유전자, 뇌과학 등 엄청나게 많은 사실을 밝혔지만 모르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자신의 무지에 겸손하다. 모든 것을 안다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은 종교계다. 그런데도 종교인들은 무례하게 도킨스나 데닛 등에게 겸손하라고 요구한다. “저는 ‘데닛 교수가 이러저러할 수 있는 겸손함을 지녔다면’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이제 넌덜머리가 납니다. 말끝마다 겸손, 겸손, 게다가 숨 막힐 정도로 오만한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해요.” 데닛의 말이다.

 또한, 과학은 자신의 이론이나 가설이 도전받는 것에 상처받지 않는데 종교는 틀렸다는 지적에 발끈하고 화를 낸다. 종교는 신성 모독이라는 이름으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는 것이다. 도킨스는 “어떤 역사적 과정에 의해 종교는 비판에 대한 면책 특권을 얻었습니다. 걸핏하면 기분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죠.”라고 말한다. 이들 4명은 모두 종교인의 비위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을 토로한다. 종교적 태도의 문제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나는 도킨스가 과학에 자부심을 갖으라는 말에 공감한다. 허블 망원경과 더블유맵 위성 등을 보고 있노라면 우주를 탐사하는 과학기술의 수준에 인류의 성취가 느껴진다. 도킨스는 과학이 “내가 인간인 것을 자랑스럽게 만든다”고 하는데 나도 강연장에서 자주 하는 말이다. 데닛은 무신론자들에게 “이웃에 ‘커밍아웃’하라! 수가 많으면 강해진다”고 당부하고, 해리스는 “독단은 지식의 성장을 방해하고 인류를 갈라놓는다”고 주장한다. 이들 신무신론의 이야기는 너무나 구구절절이 옳다. 하루빨리 한국에서도 무신론자의 조직이 태동하길 희망한다.

『성격의 탄생』(2019, 대니얼 네틀 지음, 김상우 옮김,와이즈북)



 누구나 한번 쯤 성격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내 성격이 왜 이 모양일까? 이렇게 자신의 성격을 불만 있는 분들에게 대니얼 네틀의 <성격의 탄생>을 권한다. 이 책은 왜 사람마다 성격의 차이를 갖게 되었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성격이란 진화과정에서 인간이 지속적으로 직면했던 적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가령 위험에 달아나기 위해 공포 메커니즘, 좋은 짝을 선택하기 위해 매력과 흥분 메커니즘, 동료와 함께 일하기 위해 협력 메커니즘이라는 신경회로가 뇌에 장착되었다. ‘어떤 상황에 대응하는 일련의 행동’을 세밀하게 계획하는 정신 메커니즘이 바로 성격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만 성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동물도 성격이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작은 물고기 ‘구피’의 사례는 무척 흥미롭다. 한 연구자는 구피라는 물고기에게 경계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경계심을 3등급으로 나눠서 실험을 했다. 강한 경계, 중간 경계, 낮은 경계로 구분된 구피들을 각각 20마리씩 포식자가 있는 어항에 풀어놓은 것이다. 60시간이 지난 후 강한 경계 그룹이 8마리 살아남고, 약한 경계 그룹은 모두 죽었다. 반면에 포식자가 없는 환경에서는 약한 경계 그룹이 훨씬 많이 살아남았다. 강한 경계 그룹은 주변을 살피느라 번식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사례를 통해 성격은 환경에 조응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가장 적합한’ 성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어떤 성격의 소유자일까? 이 책에서는 사람들마다 고유한 성격패턴과 신경회로가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성격은 외향성, 신경성, 성실성, 친화성, 개방성으로 나눠지는데 대체로 이 5가지 중에서 하나의 유형에 속한다는 것이다. 자신이나 배우자 등의 성격 유형을 알면 살아가는 데 굉장히 유용하다. 성격을 바꿀 수는 없지만, 성격에 따라 행동 양식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성격이든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예컨대 성실성은 계획적으로 생활을 잘 꾸려나가지만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은 부족하다. 이렇게 자신과 타인의 성격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성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대니얼 네틀은 이렇게 우리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다. 

“본질적으로 더 좋거나 더 나쁜 성격이란 없다. 문제는 자신이 물려받은 성격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행동 패턴을 찾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스스로 규정한 성격 이미지에 갇혀 있었는지 모른다. 무익하고 낡은 관념에서 벗어나서 새롭게 자신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는 자신의 성격과 삶에 대해 스스로 재구성해보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참을성 있는 성격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어떤 시점에서는 어려움을 이겨낸 요소로 작용했음을 발견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이곳저곳 돌아다녀도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때때로 성격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 같아서 족쇄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타고난 운명이라는 미망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 <성격의 탄생>과 같은 과학책을 읽는 것이다. 우리는 진화심리학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위안을 받는다. “성격이 진화의 산물이다”는 과학적 사실이 모두의 성격에 존재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예민하고 뾰족한 성격조차 어떤 환경에서 필요했기에, 자연선택에 의해 제거되지 않고 우리 조상의 유전자에 간직되어 전해져 온 것이다. 이것을 아는 순간, 자신의 유일무이한 성격에 소중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출처: http://crossroads.apctp.org/myboard/read.php?id=1506&s_para1=171&Board=n9998&admin=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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