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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CTP Everywhere] APCTP 선정 올해의 과학도서 저자강연 『김상욱의 양자공부』 후기 / 20.6 크로스로드
백두성 /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전시교육팀장

(사진1)
지난 4월 말에 코로나의 여파로 휴관중인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방문하신 과학문화위원 이은희 작가님의 요청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요청사항은 올해의 과학도서 저자강연 후기를 써달라는 것.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2020년 3월 5일 김승섭 교수의 ‘우리 몸이 세계라면’을 시작으로 4월 2일 오후 작가의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강연이 박물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때문에 모두 연기되었다. 그래서 가장 최근에 있었던 올해의 과학도서 저자강연을 떠올려보니 작년 8월 22일에 있었던 ‘김상욱의 양자공부’가 마지막 강연이었다. 덕분에 아련한 기억과 남아있는 기록을 더듬어 이 글을 적게 되었으며,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과학강연의 일부로서 ‘김상욱의 양자공부’ 강연의 앞이야기와 뒷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2003년에 개관한 공립 자연사박물관이다. 개관할 때에는 초등학생의 과학교육을 중심으로 활동을 해 왔으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이정모 관장(현 국립과천과학관장)이 2011년 9월에 취임한 후 활동범위를 청소년 및 성인으로 확장하게 되었고, 2012년 5월부터 청소년 및 성인을 위한 과학강연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60석 규모의 극장식 시청각실에서 강연이 이루어졌는데, 주제나 연사에 따라 변동은 있으나 대부분의 강연은 강연장을 빼곡히 채워 진행되었다.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학센터의 올해의 과학도서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3년부터로 그 후로 매년 함께하고 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매년 30만 명이 넘게 방문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연사박물관이지만 서울시내에서의 지리적 조건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다. 지하철 노선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고, 버스노선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며, 정류장에서 내려 박물관으로 가는 길은 꽤 가파른 경사의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우수한 과학강연을 해줄 수 있는 연사를 모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어서 나름의 배려가 필요하다. 그래서 강연시간 전에 연사가 도착할 경우 도시락으로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평일 저녁 7시 강연이 9시에 끝나니 미리 먹고 오기도 끝나고 집에 가서 먹기도 애매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식후 커피와 과일 디저트는 보너스.
강연장에는 청중이 가득 차 있다. 60석의 좌석으로 모자라서 보조의자를 모두 펼쳤다. 참석자는 총 74명. 강연이 시작되면 김상욱 교수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물론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 양자역학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한 물리학자가 많이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 물리학 전공자가 아닌 내 입장에서야 뭐 그렇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어디 가서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대해 아는 척 몇 마디 할 수 있는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저자도 양자역학을 한 번에 술술 이해하는 사람은 이론물리학 전공자이거나 정신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책은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쉽게 쓰여 있고 용어해설까지 친절하게 첨부되어 있으니 정말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강연을 듣는 청중은 대부분 성인이지만 과학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에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몇 명 포함된다. 질문도 깊이 있고 강연 주제의 핵심을 꿰뚫는 것들이 많아 연사들은 놀라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한다. 강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뿌듯해하는 순간이다. 거기에 더해 저자 강연회의 마지막 순서인 사인회에서 책을 들고 길게 줄을 서는 청중들을 보는 것은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다(사진1).

(사진2)
그런데 이것이 강연의 끝이 아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과학강연의 하이라이트는 사실 강연이 끝나고 시작된다. 연사와 함께하는 치맥 뒤풀이가 그것이다. 박물관 앞 호프집에서 치맥을 곁들이며 강연시간동안 못했던 질문이 나오기도 하고, 물리학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의 진로상담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뒤풀이 참석자들과의 대화속에서 또다른 책의 출판이 기획되기도 하는 시간이다. 테이블이 몇 개 안되고, 몇 명 들어갈 수 없어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하지만 덕분에 더 친밀해질 수 있는 자리, 어쩌면 과학문화의 살롱 역할을 하는 것이 과학강연 뒤풀이 자리가 아닐까 한다(사진2).
뒤풀이가 끝나고 늦은 시간 박물관의 배려는 마지막까지 계속된다. 전국에서 올라오신 연사들이 귀가할 수 있도록 기차역이나 터미널까지 운이 따라주면 집근처까지의 배웅으로 행사가 마무리된다. 김상욱 교수는 운이 따라준 케이스. 덕분에 필자는 연사와의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갈 수 있었다(교수님과 경희대 자연사박물관의 인연이 이어지면 좋겠어요).
올해의 과학도서를 시민들에게 재밌고 유익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학센터에 감사드리고, 김상욱 교수님을 비롯한 올해의 과학도서 저자와 출판사 관계자분들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가급적 빠른 시일에 코로나 사태가 해결되어 따끈따끈한 올해의 과학도서 강연이 열리기를 기원한다.
출처 http://crossroads.apctp.org/myboard/read.php?Board=n9998&id=1563&s_para1=177&s_para4=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