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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공기파는 사회에 반대한다』『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구글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 / 19.10 크로스로드

송민령 / KAIST 나와 세상에 대한 정보의 확산  우리의 행동은 ‘세상이 어떤 곳이고, 내가 어떤 존재이며, 세상에서 내가 차지하는 위치가 무엇이냐’라는 생각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나와 세상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무엇이 정확한 사실인지 알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20~30년 전에는 정보의 주된 채널이 공중파 방송과 신문, 정규 교육 등 몇 가지로 한정되었다. 이런 시스템은 중앙에서 정보를 통제/조작하기 쉽다는 점에서 위험했지만, 가짜 뉴스의 범람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리했다. SNS와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정보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요즘에는 반대 상황이 벌어진다. 빠르게 다량의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데 옥석을 가리기도 어렵고, 빠르게 잊혀지며, 잘못된 정보에 휩쓸려 엉뚱한 대책이 나오기도 쉬워졌다. 특정한 생각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방식, 어떤 생각이 드러나거나 묻히는 속도도 크게 달라졌다.   따라서 현명한 삶을 영위하려면 과학과 기술이 알려주는 사실 뿐만 아니라, 나와 세상에 대한 생각이 확산되는 방식도 이해해야 한다. 나아가 나와 세상에 대한 생각이 확산되는 방식을 더 많은 사람이 이해해야 가짜 정보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나와 세상에 대한 정보의 확산’에 관련된 책들을 모았다.  『공기파는 사회에 반대한다』 (2019, 장재연 지음, 동아시아)

 강원도 산불, 동물 국회, 일본 수출 규제, 장관 임명 등 수많은 이슈가 떠들썩하게 지나가다 보니 2019년 3월은 이미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진다. 약 7개월 전 그 무렵, 온라인과 뉴스는 연일 미세먼지로 떠들썩했다. 곳곳에서 미세먼지에 대한 불평이 쏟아졌고, 일기예보에서는 걸핏하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야외 활동을 삼가라고 했다.  어지간히 둔감한 편인 필자도 어영부영 눈치를 보다 마스크를 샀을 정도다.   뉴스와 주변의 반응을 보면 우리나라의 미세 먼지가 치명적인 수준이어서, 당장 개선되지 않으면 도저히 살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오랫동안 환경보건 연구를 해온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지난 30년간 꾸준히 개선되어 왔으며, OECD 하위권이기는 하나 세계 최상위권 수준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공포는 어째서 그렇게 강력하게 퍼져갈 수 있었을까?  첫째,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가 한국에서만 다르게 사용되었다. 국제적으로 초미세 먼지란 입경이 0.1㎛ 이하인 먼지를 뜻하지만, 한국에서 ‘초미세 먼지’란  입경이 2.5㎛보다 작은 먼지를 뜻한다. 처음에는 정부와 언론에서 주로 사용되었고, 언중이 늘어남에 따라 아예 법적인 용어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용어가 다르면, ‘초미세 먼지’는 이제까지 알던 미세먼지와는 전혀 다르고, 독성도 강한 새로운 물질이 나타났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속사정을 모른 채 해외 자료를 인용하다 보면 혼선도 생긴다.  둘째, 용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번역도 잘못되었다. ‘1급 발암물질’, ‘2급 발암물질’이라는 구분은 발암성이 강한가 약한가가 아니라, 발암성에 대한 증거가 충분한지 아닌지에 따른 구분이다. 따라서 1급 발암물질에는 석면 벤젠 등 잘 알려진 발암물질뿐만 아니라 경구피임약, 자외선, 술, 담배, 가공육 등 우리에게 친숙한 물질들도 포함된다. 이와 같은 오해를 피하기 위해 세계 보건기구에서는 ‘그룹 1, 그룹 2’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급, 2급’ 등으로 번역되어 혼란을 키웠다.   셋째, 안전 기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잘못된 기준이 책정되었다. 흔히들 짐작하는 것과 달리 세계 보건기구의 기준을 조금만 넘어도 각종 질환에 걸리고 조기 사망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세계 보건기구 기준은 공기 질 관리를 위한 단계별 목표를 제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오사카, 베를린, 런던도 세계 보건기구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또한, 한국에서는 미국에서는 ‘나쁨’ 수준의 미세번지 농도도 대체로 ‘매우 나쁨’으로 표시하며, 미국처럼 하루평균이 아닌 1시간 단위로 측정한다. 이러면 시민들이 수시로 미세먼지 농도를 들여다보며 불안해하게 된다.   넷째, 신뢰할만하지 않은 출처를 사용하거나 검증을 하지 않았다. ‘미세먼지=중국발’ 보도가 급증한 것은 2013년 10월 말부터라고 한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중국말 미세먼지가 밀려온다는 예보를 하면서 같은 해 11월까지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보도가 유례없이 급증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미세먼지의 양은 평년과 유사했고, ‘좋음’이나 ‘보통’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 미세 먼지 오염에 미치는 정도를 산출한 모델링이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사례도 2019년 2월까지 없었다.   잘못된 인용은 그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미술가 겸 엔지니어인 개인이 실험 삼아 만든 시뮬레이션 지도가 NASA의 인공위성 지도인양 퍼지기도 했고, 인공위성 자료로 추정한 불확실한 값으로 만든 예일대 보고서(이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질이 세계 최악인 나이지리아가 스위스보다 공기 질이 더 좋다.)가 널리 인용되기도 했다.   위 4가지 잘못들이 합쳐지면서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었다. 불안해지면 뭐라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으니 잘못된 해결책이 나온다. 환기를 하지 않거나 마스크를 쓰는 것은 숨쉬기를 어렵게 하고 건강에도 해로워서 미국에서는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공강우 등도 여론에 떠밀려서 뭐라도 하려다 보니 나온 방안일 뿐 과학자들은 실효성을 의심하는 방법이다.  반면에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은 못 하게 되었다. 편서풍 때문에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오는 것이면 한국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화석연료를 줄이고, 미세먼지 측정업체들을 감독하고, 쓰레기 소각을 줄이는 등 할 수 있는 일들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또 편서풍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논리만 고집하면, 일본의 방사능 물질을 비롯한 대기 오염에 면죄부를 부고, 일본의 대기 오염에 우리가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  명확한 이해에 근거한 정확한 용어 사용, 실험 결과만이 아닌 측정과 분석 결과에 대한 검증, 신뢰할만한 출처의 인용과 측정을 통한 사후 검증은 이공계 연구에서는 기본이다. <공기파는 사회에 반대한다>는 이 기본이 지켜지지 않을 때 혼란이 어떻게 번져가는지를 보여준다. <공기파는 사회에 반대한다>를 읽으며 미세먼지에 대한 그간의 궁금증과 불안도 해소하고, 정확한 뉴스를 위한 기준(위에 언급한 기본들)도 익혀보자.  『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 (2019, 리 대니얼 크라비츠 지음, 조영학 번역, 동아시아)

 어느 오후였다. 페이스북에서 친구가 영화 <아마데우스>에 대해 쓴 포스팅을 보았다. ‘나도 저 영화 참 좋아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좋아요를 눌렀다. 몇 분 후에 음악을 들으려고 핸드폰 폴더를 뒤지다가 무심결에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들이 모인 폴더를 눌렀다. 이 폴더는 좀처럼 고르지 않는 폴더여서 멈칫했다. 나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싶어서 이 폴더를 골랐을까, 아니면 아까 본 포스팅에 대한 생각이 뇌 한 켠에서 맴돌고 있다가 선택에 영향을 준 걸까?   이처럼 얼마 전에 경험한 일이 나중의 행동, 생각,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것을 ‘점화 효과’라고 부른다. 미디어, 사람, 광고가 나도 모르게 일으키는 점화 효과와 연상 작용 때문에 나의 생각과 감정은 내가 일으킨 것이기도 하지만 시대와 주변에 영향을 받아서 일어난 것이기도 하다. 또 내가 주변으로부터 영향을 받듯, 나도 내 주변인들의 생각과 감정에 영향을 끼친다. 이 책은 이와 같은 전염에 대한 이야기이다.  실리콘 밸리의 한 고등학교에서 2009년에서 2010년 사이 약 1년 동안 5명의 학생들이 잇달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화목하고, 유능하고, 인기 있고, 부유했던 이 학생들은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유사점이 없었다. 원인 모를 자살에 마을 전체가 두려움에 빠졌고, 해결책을 찾아 고심했다. 2009년에 이사 온 예비 아빠였던 저자도 그 중의 한 명이었다.   저자는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행동이나 질병, 감정이 번져가는 사회 전염이 의외로 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섭식장애는 1980년까지 드물었으나, 1980년에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DSM) 3판에 폭식증이 실린 이후 급증했다. 특히 대중적인 여성잡지 <마드모아젤>에 실린 이후 폭식증 진단이 늘어났다. 질병이 아닌 질병에 대한 인지가 질병을 늘린 셈이다. 이는 피지 공화국의 사례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1990년대 중반 폭식증이 전 세계를 휩쓸었지만, 개발 도상국인 피지에는 섭식 장애 환자가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이 기록은 1995년 피지에 처음으로 텔레비전이 들어오면서 깨진다. 미국 TV 시리즈에 노출되고 불과 3년이 지난 뒤 피지의 여성 청소년의 11%가 다이어트용 설사 유발제를 사용했다고 보고했다.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내지 않되 충분히 재미있어서 여러 사람들이 시청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불특정 다수의 행동을 특정한 방향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 예컨대 미겔 사비도는 교실이 배경인 연속극을 만들어서 멕시코의 문맹 노동 시장을 자극하고자 했다. 드라마는 이런 의도를 감춘 채 만들어졌고 시청률이 30% 이상 치솟으며 큰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드라마가 방영되던 시기에 무려 100만여 명의 문맹자들이 성인 글쓰기 수업에 등록했는데, 이는 그 전해의 9배에 달하는 규모였다고 한다.  가족계획 문제를 다룬 사비도의 다음 드라마도 피임약의 판매를 23% 늘리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SNS가 많아진 요즘, 사회 전염은 훨씬 더 빠르고 미묘해질 수 있다. 페이스북을 활용한 연구에 따르면, 뉴스피드에서 긍정 표현의 수를 줄이면 사용자들은 부정적 포스팅을 더 많이 만든다고 한다. 반면 뉴스피드를 잘라 긍정 표현만 보여주면, 사용자들의 포스팅이 더 긍정적으로 바뀐다고 한다. 트위터를 활용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사용자들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트윗 중 어느 한쪽에 4% 더 노출되게 하면, 사용자의 트윗도 그 방향으로 기울어졌다.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실리콘밸리의 기이한 전염을 해결하지 못했다. 4년 뒤 같은 학교에서 연쇄 자살 사건이 다시 발생했고, 자녀를 둔 저자는 ‘설마’하는 두려움에 실리콘 밸리를 떠난다. 그러나 그의 여정을 담은 책 <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는 우리 주변을 둘러싼 각종 정보에 대해, 댓글과 좋아요를 비롯해 우리가 생산하는 각종 정보에 대해 통찰을 더 해준다. 나의 생각과 감정은 나만의 생각과 감정이 아니었다.  『구글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 (2019, 사피야 우모자 노블 지음, 노윤기 번역,한즈미디어)

 중학교 때였다. 4.19에 대해 숙제를 하려고 인터넷을 검색했다가 깜짝 놀랐다. 검색결과가 0개였기 때문이다. 4월 혁명 등 다른 단어를 입력해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숙제를 하던 90년대 말에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결과가 너무 많이 나오는 탓에, 정확한 자료를 찾기가 더 힘든 게 보통이었는데도 그랬다. 우리나라 헌법에도 교과서에도 나오는 중요한 사건에 대한 자료가 이토록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일까? 최신 검색엔진이라면 어떨까? 모르는 것이 생기면 구글신, 네이버신에게 물어보는 일이 당연해졌지만, 검색엔진이 보여주는 세상은 얼마나 실제에 가까울까?   <구글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라는 책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다. 광고도 거의 없고 깔끔한 구글 검색은 완벽하게 정치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검색엔진이 찾아내는 정보는 이렇거나 저런 입장을 가지고, 정치적인 맥락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산한다. 이들의 활동을 그대로 반영하면 ‘흑인 소녀’를 검색했을 때, ‘하드코어 섹스 갤러리의 흑인 소녀들’, ‘100% 무료 흑인 여성 챗’ 따위의 자료들이 검색결과 첫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사태가 발생한다. 혹은 ‘흑인 여성은 왜 그토록’이라고 검색하면 ‘화를 내는가, 목소리가 큰가, 인색한가’ 따위의 자동 완성 문구가 나타나는 반면, ‘백인 여성은 왜 그토록’이라고 검색하면 ‘예쁜가, 아름다운가, 인색한가’ 등의 자동완성 문구가 나타나게 된다. 알고리즘이 편견을 강화/확산시키는 셈이다. 알고리즘의 이러한 작용은 ‘알고리즘은 공정하다’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라는 목적으로 내 정보가 흘러가고, 빅데이터가 중요해지며, 인터넷에 대한 정보 의존도가 나날이 심해지는 요즘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앞에서 소개된 책 <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를 읽은 뒤에 읽으면, 이 책에서 제기하는 문제들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다.  출처 : http://crossroads.apctp.org/myboard/read.php?id=1478&s_para1=169&Board=n9998&admin=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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