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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CTP Everywhere] 2019 추계물리학회 APCTP 올해의 과학도서 저자강연 후기 / 19.12 크로스로드


과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은 APCTP와 만날 수밖에 없는 거 같다. 순전히 우연한 기회로 두 번, APCTP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번엔 물리학회에 갔는데 APCTP에서 선정한 올해의 과학책 저자 강연을 한다는 소식을 현장에서 들었다. 정말 반가웠다. 첫 물리학회라 안 그래도 들뜬 상태인데, APCTP에서 연 강연도 들을 수 있다니! 신이 나서 APCTP관계자분들께 꼭 가겠다고 했다. APCTP에서 하는 것이면 재미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2년 전, 과학이 좋아서 과학과 관련된 활동을 뭐든지 해보고 싶었고, 내가 관심을 가지는 만큼 그 관심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누는 과학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있어서, APCTP에서 진행한 과학커뮤니케이션 스쿨에 참여했었다. 즐거웠고 만족스러웠던 경험이었기에, 기대를 가지고 강연을 들었다.

<과학자가 되는 방법>이라니. 2년 전에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물리학과에 진학 중인 학생으로서 과학자가 되는 방법이란 제목은 당연히 내 흥미를 유발할 수밖에 없었다. 과학자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한 인간이 과학을 먹고 성장해 과학자가 되는 과정이 “과학자가 되는 방법”에 의하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 방법을 거치면 어떤 과학자가 되어 있을지, 정말 과학자가 될 수 있는지, 등등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궁금했다.

강연은 과학자가 되는 길을 등산에 비유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히말라야 산을 탈 때도 그 산에 대해서 잘 알아야 준비를 하고 다치지 않고 완주를 하는 것처럼, 과학자가 되려면 과학자에 대해서, 그리고 그 길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현대 기초과학자의)서바이벌 가이드라고 하셨다. 왜 서바이벌이냐 하면, 과학자가 되는 것은 세상에서 생존해 나가는 하나의 방식이고, 과학을 하는 사람이 생존 해야 하는 환경과 환경에 따라 주어지는 길은 힘들기 때문이다. 과학자 중에 성공한 아웃라이어들은 굉장히 그 수가 적고, 대부분은 연구가 성공할지 안 할지 모르면서 계속 한다. 그래서 저자는 과학 연구의 본질적 특성은 실패와 삽질이라고 표현했다. 이 이야기는 내게 과학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말처럼 들렸다. 사람은 사회 안에 있으므로, 사회 안에 하나의 직업으로서 존재하는 직업 과학자는 사회와의 상호작용이 필연적이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닌 것처럼 과학자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것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경제적인 문제, 동료 연구자와의 인간 관계 등등 많은 요인들이 있다. 이런 얘기들은 과학자를 배출해내는 제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했다. 어떤 제도가 좋을까? 지금의 방식이 효율적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그러한 질문에 저자는 많은 사람들은 과학자가 되는 방법에 있어서 스탠다드한 방법만 생각하는데, 과학자가 되는 방법에 꼭 하나의 길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많은 길이 있고, 많은 도착지가 있다고 답했다.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직접 저자의 말을 통해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강연을 들었다. 경험에서 나오는 솔직한 이야기들은 정말 들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처럼 과학을 계속 공부한 다른 교수님들도 책을 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다른 점은 어떤 점들일지, 같은 점은 어떤 것일지 학생으로서 궁금해졌다.



오잉?

<스핀> 이라는 제목을 듣고 난 후 내 반응은 이랬다. 스핀이란 양자역학에서 나온 개념이다. 양자역학을 기술하는 대부분의 과학책은 양자역학, 양자, 원자란 단어가 직접적으로 들어가거나, 그렇지 않아도 그것을 암시하는 제목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스핀인가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양자역학과 원자는 대중들에게도 꽤 익숙한 단어이지만 스핀은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물리학과 재학 중인 나도 스핀은 좀 생소하게 느껴졌었다. 어떤 관점으로 미시 세계를 풀어갔길래 제목이 스핀인지 정말 궁금했고, 직접 저자의 강연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마치 잠들기 전 이야기책을 읽어주는 듯한 강연이었다. 눈 감고 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진짜로 잠들기용 이야기는 아니다! 인간이 원자라는 개념을 떠올린 과정부터 시작해서 원자의 성질에 대한 탐구 과정, 그 과정에서 나타난 근본 원리와 그에 따른 해석까지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니, 실상은 그 반대다. 단지 그 이야기를 과학자들의 대화를 통해 사고과정을 따라가며 들을 수 있었고, 그 과정의 종착지가 우주적인 스케일로 다가와서 그렇게 느껴졌다. 그 스케일에는 파울리의 베타원리와, 전자가 기본적인 4가지 힘을 느끼는 정도를 통해 나온 기본상호작용과 물리적 존재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한 몫 했고, 그 중심엔 스핀이 있었다.

결국 물리학을 통해 보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스핀을 통해서 어떻게 세상을 읽어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강연이 끝나니 왜 제목이 스핀인지 알 수 있었고 낯설기만 했던 스핀이 내 관심 영역안에 훅하고 들어오게 되었다.

세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지식과, F=ma와 같은 식을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지식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떤 세상인지 상상해보고 이해해보는 과정 자체를 겪는 것도 정말 중요한 것임을 새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확실히 많은 사람들이 그 과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아쉬웠던 것은 강연은 해석적인 측면이 많아서, 어떤 현상에 관해 바로 물리적 의미에 대해 들었다는 것이었다. 스스로 공부해서 의미를 깨닫고 싶었던 나로서는, 살짝 스포일러를 당한 느낌도 있었지만 그 만큼 자극을 많이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자가 되는 방법>강연에서 과학자가 되는 길은 쉽지만은 않고, 그럼에도 그 길을 걸어 과학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과학 덕후라고 했다. 그렇게 어려운 길을 걸어 과학 덕후들이 <스핀>강연에서 나온 정말 흥미롭고 멋진 이야기들을 발견하고 알아내다니! 최근에 공부를 하면서 지치기도 했는데, 다시 한 번 내가 관심가지고 있는 것을 다각도로 조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출처: http://crossroads.apctp.org/myboard/read.php?id=1504&s_para1=171&Board=n9998&admin=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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