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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CTP Everywhere] ‘재미있는 사이언스 매직 콘서트’ 강연 후기 / 19.11 크로스로드
송태근 / POSTECH

‘세 번 스치면 인연’이라는 말이 있듯 ‘재미있는 사이언스 매직 콘서트’라는 행사에 세 번이나 강연자로서 어린이들과 인연을 맺고,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준 아태이론물리연구센터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강연 후기를 열어 보겠습니다. 과학자로서 학회나 세미나처럼 다른 과학자들 앞에서 하는 발표만 훈련받아오며 흔하지 않은 기회인 대중 강연을 하게 되었을 때, 그 첫인상은 매우 강렬했습니다. 더욱이 참여 대상자가 초등학생 또래의 어린이라니 말입니다. 첫 강연 후엔 ‘강연 뒤의 과학 마술쇼가 있어 다행이다’라는 생각만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두 번째 얻은 기회에서는 마술쇼 덕분에 야심 차게 진행했던 연구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지요. 이런 경험들을 가지고 나니 세 번째 기회가 주어졌을 땐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최근 공부 중인 연구 주제로 강연 주제를 망설임 없이 정할 수 있었습니다.

멋진 행사 홍보 포스터를 접하고 나니 새로운 일거리가 생깁니다. 넘쳐나는 자료들 속에서 아이들의 흥미를 유지 시키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는 짧은 영상을 고르는 일이었습니다. 갈수록 강조되는 인공지능, 때때로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컫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인공지능에 대한 어떤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할까?, 그 작업은 단순히 시간이 해결해 주지 못하는 큰 고민거리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인공지능이라는 학문 분야는 1950년대에 태동하고 두 번의 겨울을 경험하며, 현재 정립되어 가고 있는 매우 젊은 분야입니다. 박사학위를 받은 전공 분야, 물리학과 비교를 하였을 때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무엇을 전달해야 할지 막연했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해서 무엇을 이야기 할까라는 고심하다 보니 ‘내가 어쩌다 인공지능을 강연하게 되었을까?’란 생각에서 ‘나는 왜 인공지능을 연구에 활용하게 되었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래 이 이야기를 하자’ 결심했습니다. 저는 2015년 먼 곳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과학자로서 신나게 연구를 하던 무렵 딥러닝이라는 단어를 접하였습니다. 이후 폭발적인 확장세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고, 마침 당시 관련 연구를 하시는 은사님과 속해있던 그룹의 리더이신 아태이론물리연구센터의 조정효 교수님께 기본기를 배우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진행하던 연구와 접목을 시켜보며, 직접 코딩을 해보기 시작하며, 한발 한발 인공지능, 머신러닝이라는 분야에 깊숙이 발을 들이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직접 해보는 것이 막연함에서 흥미를 유발했다는 사실과 흥미로움이 출발점이 되어 지속적인 관심과 코딩을 통해 현재 연구에서 활용하고 있다는 깨달음은 자연스레 다음 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바로, 인공지능에 대한 최소한의 역사적 배경에 대하여 소개하는 시간, 그리고 어린이들이 직접 한번 해볼 수 있는 간단한 실험 같은 것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방대한 자료들 속에서 주머니 속의 송곳 같은 사이트가 생각이 났습니다. 구글에서 제공하는 ‘AI Experiment(https://experiments.withgoogle.com/collection/ai)’란 사이트의 ‘quick, draw!’란 실험을 체험으로 진행하였습니다. 비록 영어 홈페이지이긴 하지만 해당 체험은 한국어로 진행 가능합니다. “머신러닝 기술이 학습을 통해 낙서를 인식할 수 있을까요?” 란 문구가 반겨주는 해당 실험의 진행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실험자는 주어진 주제어에 대하여 20초 이내로 그림을 그립니다.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학습한 인공 신경망이 실시간으로 그려지고 있는 그림을 보며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추측합니다. 이 실험에서 재미있는 것은 계속 인공 신경망은 “뭔지 알 것 같아요, ㅇㅇ, 또는 ㅇㅇ 또는 ㅇㅇ이죠?”라며 계속 말을 하다가 추측한 대상이 주제어와 일치하면, “아 이제 알겠어요, ㅇㅇ 맞죠?”라며 실험이 종료됩니다. 추측하는 오답을 보면 정말 사람처럼 생각하는 듯 보여 신기하기도 하거니와 실험의 종료와 함께 끝까지 못 맞춘 답은 다른 정답지를 보여주어 부족한 센스(?)까지 키워 주니 한 번쯤 해 보시길 바랍니다.

인공지능의 태동, 퍼셉트론, 인공 신경망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지만 적어도 마지막 실험을 보며 인공 지능이라는 것은 많은 데이터로 학습시켜 ‘패턴’을 ‘인식’하는 기계라는 사실에 흥미로움을 느꼈기를 바라며, 또 다양한 행사로 과학의 대중화를 선도하는 아태이론물리연구센터의 건승을 기원하며 부족한 글솜씨로 담담히 적어본 본 강연 후기를 닫을까 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http://crossroads.apctp.org/myboard/read.php?id=1491&s_para1=170&Board=n9998&admin=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