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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mirimlee

[APCTP Everywhere] 만남의 화학 반응 - 과학과 문화예술 소통워크숍Ⅱ참가 후기 / 20.1 크로스로드

김미경 / 세종대학교  11월 28일, 소백산 천문대행 차에 오르던 나는 소위 말해 ‘쫄아’있는 상태였다. 저서가 여럿인 작가님, 대표님, 박사님, 등등이 모이는 워크숍에 이제 막 석사 1년차인 학생 나부랭이는 1주일 전부터 바짝 긴장해있었다. 그러나 내 긴장이 무색할 정도로 워크숍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2박 3일이란 기간 동안에 내게 많은 변화를 남겼다.  워크숍은 주로 연사의 강연 후 그에 관한 질의응답과 자유토론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올해 막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위촉되어 아직 강연 경험이 많지 않은 내게는 무척 유익한 시간이었다. 신인철 교수님의 강연은 생명의 진화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지속가능, 과학 포화 현상, 대학원생의 현황, 학위 실태 등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까지 녹여내시는 역량이 큰 인상으로 남았다.  김응빈 교수님의 미생물 강연도 무척 재밌었는데, 위트 있는 메타포와 주옥같은 명언들로 청중을 사로잡으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 시간을 선사해주셨다. 강연이 ‘강연’이란 느낌이 아닌 그저 연사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읊는 듯한 느낌에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다. 다양한 강연으로 구성된 이번 워크숍은 새롭고 흥미로운 지식 뿐 아니라, 앞으로 대중 강연을 어떻게 구성해나갈지 스스로 고민하고 ‘나도 이렇게 해야겠다’라며 벤치마킹 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과학과 문화예술 소통 워크숍의 가장 가치 있는 점은 뭐니 뭐니 해도 ‘만남’ 그 자체일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소통의 시간을 제공한다는 점 말이다. 사실 나는 이전까지 과학과 예술의 접목이라 하면 공연에 드론이 사용되는 정도를 떠올리는 것이 전부였다. 워크숍에 참석한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만남은 과학과 예술의 융합에 대해 편협했던 내 시각을 넓히는 동시에 과학예술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워크숍에서 만난 아티스트 이유리 님을 통해 ‘미디어 아트’라는 분야를 처음으로 인지하게 됐는데, 빛의 스펙트럼을 소재로 만드신 작품을 보여주시며 여러 이야기를 해 주셨다. 다른 작품으로는 어떤 걸 생각하셨는지, 어떻게 취재하셨는지부터 시작해서, 한국의 과학문화융합 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 등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무용 아티스트 서윤신 님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평소 한국의 과학문화예술 사업, 과학자와 예술과의 협업에 대해 생각하시는 바가 많아서 여러 화제로 풍부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특히 생각이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우셔서 ‘과학과 예술의 접목이란 반드시 어떠한 과학 기술이 예술에 적용된 형태여야 한다’는 내 편견을 깰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해 온 과학과 예술의 융합은 예술을 통해 과학기술을 홍보하는 형태가 전형적이었다. 로봇공학이나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의 기술이 적용된 퍼포먼스는 물론 멋있다. 그럼에도 융합 사업에 있어 과학과 예술 어느 한쪽이 아닌 함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방향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좋은 작품은 어떤 연출도구나 소재에 맞춰져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구성하면서 필요한 연출이나 소재를 채택해나가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나는 예술보다는 과학에 가까운 입장이다 보니 ‘과학예술’에 있어 은연중에 과학을 중시하게 되었는데, 그것을 이번 만남을 통해 예술과 예술가의 관점에서 생각하며 깨닫게 되었다. 이번 워크숍이 아니었다면, 내가 아티스트들과 함께 과학과 문화예술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하며 생각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이런 기회가 또 있었을까.  SF를 쓰시는 고호관 작가님과 유튜브 과학쿠키를 운영하시는 이효종 님과의 대화도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두 분과는 내 전공분야인 천문학과 관련해서 SF소설의 설정과 유튜브 콘텐츠에 적용할 수 있는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다. 함께 고민하면서 설정이나 소재를 확장해나가는 것, 만족할 만한 해답까지 이르렀을 때 함께 기뻐하는 것, 그리고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창작물을 제공하는 분들에게 내 지식 힘든 과학소통 관련 고민들을,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맞다, 그것 참 어려운 일이다’라던가 ‘나도 그런 고민을 많이 한다’라며 공감해 주는 것이 좋았다. 콘텐츠를 만들 때에 지식의 깊이나 양을 어느 정도 선까지 조절해야 하는지, 유튜브가 인기를 얻으면서 유사과학 채널들 또한 등장하는데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학회 차원에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가능성은 없는지 등 평소 고민하던 일들을 화제로 꺼냈었다. 각자 나름의 생각이 있는 만큼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고, 서로 다른 의견이라고 해도 같은 목표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 마음 한 구석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사진 1. 함께 워크숍에 참가하신 APCTP 강선영 선생님께서 소백산에 걸린 별을 촬영하신 사진이다.  2019년 천문의 해, 소백산에 걸린 쏟아질 듯한 별들과 뿌옇게 드리워진 가을 은하수는 워크숍의 백미였다. 경험적 통계로 소백산에서 은하수를 볼 수 있을 확률은 대략 1/3 정도라는데, 소백산에 묵은 2박 3일 중 두 밤 모두 은하수가 보인 이번 워크숍은 날을 무척 잘 잡았다고 할 수 있겠다. 첫 밤에는 새벽 서너 시가 돼서야 잠깐 개었기에 은하수를 본 사람이 많지 않지만, 둘째 날에는 일찌감치 날이 개어 대표적인 가을철 밤하늘 천체를 거의 ‘풀’로 볼 수 있었다.

사진 2. 29일 해질녘 맑게 갠 서쪽 하늘의 모습이다.  왼쪽 위에서부터 토성-달-금성-목성 순으로 나열되어 있다. APCTP 강선영 선생님 제공  소백산 천문대 직원 분들이 망원경을 꺼내 주셔서 워크숍 참가자 분들께 여러 천체들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 목성은 줄무늬 뿐만 아니라 네 개의 갈릴레이 위성까지 잘 보이는 상태였는데 해가 지고 저녁을 먹기 시작할 무렵에 잠깐 보이고는 저물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토성의 고리, 플레이아데스 성단의 푸른 빛, 오리온 대성운의 타오르는 듯한 자태, 안드로메다 은하의 희끄무레한 나선은 그 아쉬움을 잊기에 충분하고도 넘쳤다. 망원경을 달에 맞췄을 때에는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가는 분들도 계셨다. 

사진 3. 핸드폰 카메라를 망원경 접안렌즈에 대고 찍은 소백산 달의 모습.  (폰 카메라 렌즈에 묻은 먼지가 함께 찍혀버렸다.)  쏟아지는 별빛과 은하수의 향연 아래 감탄하고 감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 또한 추억에 젖었다. 학부 1학년 시절, 과학관의 관측시연 행사에서 망원경을 움직이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던, 신기해하는 표정과 잘 설명해주어 고맙단 인사들에 몇 시간을 내리 밖에서 한 쪽 무릎을 꿇은 채로 있어도 지치기는커녕 기뻐하던 그 때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 느껴졌다.  아름다운 은하수와 밤하늘을 보며 참가자들이 느끼는 감동과 희열, 내가 워크숍에서 강연을 듣고 참가자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분야에 대해 느꼈던 그 감정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좋은 것은 나누고 싶은 법이니까. 과학은 사람들에게 지식뿐만 아니라 생각의 전환과 감동을 함께 가져다줄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를 선사하기 위해서는 과학이 대중에게 어려운 무언가가 아닌 향유하는 문화예술로서 다가가야 한다.  내가 소백산에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느낀 것처럼,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저마다 무언가의 변화나 흔적이 남았을 것이다. 서로 다른 곳에서 같은 방향과 목표를 향하는 우리가 ‘만남’으로써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이전까지와는 무언가가 달라진 ‘화학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만남이 계속될수록 이 화학 변화는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그 변화가 이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신선하고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좀 더 솔직히는, 그저 과학과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는 이들과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뻤다. 평소에 주위사람들과 진지하게 이야기 나누기소백산 꼭대기에서 느낀 것들을 산 아래 더 널리 퍼져나가는 원동력이 되어줄 거라 믿는다.

그림 4. APCTP 강선영 선생님께서 촬영하신 별 사진이다.  사진 가운데 오리온 자리의 삼태성, 대성운, 리겔이, 그리고 좌측에 큰개자리 시리우스가 보인다. 출처: http://crossroads.apctp.org/myboard/read.php?id=1516&s_para1=172&Board=n9998&admin=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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