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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CTP Everywhere] 오랜 숙원을 마침내 해소하다! / 20.2 크로스로드

고호관 / 작가 『과학과 문화예술 소통워크숍 Ⅱ』 참가 후기  조금, 아니 많이 늦었다. 처음 소백산 천문대에서 열리는 『과학과 문화예술 소통워크숍』에 관해 들어본 건 10년쯤 전이었다. 아마 워크숍을 처음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그 뒤로 몇 차례 초대 받긴 했지만, 회사에 다니고 있던 시절이라 시간을 내지 못했다. 아무래도 먹고 사는 게 우선이다 보니 그랬다. 언젠가 가기는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그리고 최근 회사를 벗어나 자유로운 몸이 되고 난 뒤에 우연히 다시 한 번 초대를 받았다. ‘이번에는 놓쳐서는 안 되겠다.’   나 말고 어떤 분들이 오시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아무렴 어떠랴.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섞어 놓고 어울리게 만들며 대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통점이 있나 싶은, 잘 안 섞일 것 같은 사람들을 섞어 놓아도 의외의 지점에서 교점이 생기면서 이야기가 뻗어 나가기도 한다.   게다가 장소가 천문대라니. 웬만해서는 가 보기 힘든 장소가 아닌가. 어렸을 때 천문학자가 꿈이었고, 기자 생활을 할 때도 좋아하는 천문학 기사를 많이 썼고, 지금도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연구용 천문대에는 가 본 적이 없었다. 오랜만에 별도 보겠다는 생각에 들떠 아들 학예회 때나 꺼낼까 말까 한 카메라를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나는 한 가지 전문 분야를 파는 사람은 끝내 되지 못했고, 잡다하지만 얕은 지식을 쌓기 좋은 기자 생활을 한동안 했다. 생각해 보면, 내게는 그런 게 더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기자 생활에서 좋았던 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다니는 일이었으니까.   프리랜서로 나서면서 그런 일이 줄어들어 아쉬웠는데, 오랜만에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직접 만화도 그리시는 생명과학자 신인철 교수님, 코드로 그린 그림을 보여주신 이주행 박사님, 공통의 친구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 이대송 작가님 등의 강연은 신선한 자극이 되어 주었다. 건축과를 졸업했지만, 내게 예술적 감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른 진로를 택했던 과거마저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춤 역시 천문대에서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인데, 심지어 아내의 지도교수님인 김응빈 교수님이 춤을 추시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슬쩍 사진을 찍어서 아내에게 보내주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죄송합니다!)  강연도 강연이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는 또 자유로운 자리에서 나오게 마련이다. 소문대로 맛이 있었던 식사 이후에 새벽까지 이어진 담소 자리에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여러 분야의 과학자가 주위에 있는 경우도 흔하지는 않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평소에 궁금했던 의문에 관해서도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덕분에 궁리하고 있던 SF소설의 배경 설정에 필요한 실마리 하나와 글 소재 하나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참석한 이유 중 한 가지였던 천체 관측에 성공해서 기뻤다. 천문대장님의 말에 따르면, 별을 볼 수 있을 확률이 3분의 1 정도였다. 첫날은 아쉽게도 실패. 하늘이 도와주지 않아서 그날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는 데 만족해야 했다.   둘째 날까지 구름이 끼면 카메라를 짊어지고 온 일이 허사가 되기 때문에 다소 걱정했는데, 다행히 하늘이 도와주었다. 초승달이 지는 모습부터가 너무 아름다워서 저녁까지 미루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달 사진은 신통치 않게 나와서 아쉬웠다.   식사 후에 본격적으로 오랜만에 별자리도 찾아보고, 별을 배경으로 셀카도 찍고 놀았다. 천문학과 전공생이 친절하게도 망원경으로 행성이나 여러 천체를 볼 수 있게 맞춰 주셔서 감사했다. 나도 그 옆에서 주제넘게 아는 내용을 떠벌리기도 했는데,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보는 게 워낙 오랜만이라 흥분해서 그랬던 것이니 부디 양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마침내 내 숙원을 해소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다음에, 다음에’만 중얼거리다가 결국 워크숍에 왔다는 게 하나고, 두 번째는 바로 안드로메다 은하 관측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사주신 천체망원경으로 열심히 찾았는데도, 결국 보지 못했던 녀석이다.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내게는 어째서인지 그 이후로 뭔가 일종의 한처럼 맺혀 있었다.   어둠 속에 묻혀서 별빛을 보고 있으면 수십, 수백 광년 너머에 있는 별과 내가 이어진 듯한 묘한 느낌이 든다. 소백산 천문대에서 눈빛을 마주치며 만들었던 인연도 끊어지지 않고 언젠가 또 다른 자리에서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출처: http://crossroads.apctp.org/myboard/read.php?id=1520&s_para1=173&Board=n9998&admin=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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