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rimlee

[APCTP Everywhere] 도전! 올해의 과학도서 저자강연을 온라인으로! / 20.6 크로스로드

유정숙 / 서울시립과학관


지난 연말, 서울 성북구 과학책방 ‘갈다’에서 열린 특별한 송년모임에 다녀왔다. 서울시립과학관에서 과학강연 업무를 담당하는 나에게 ‘2019 APCTP 올해의 과학도서 선정기념식’을 겸한 송년모임은 특별할 수 밖에 없다. 올해의 과학도서 저자들을 한자리에서 모두 만남으로써, 면대면의 가장 효과적인 강사 섭외가 가능하며(면전에서 거절하시는 분은 거의 없다), 유명한 과학저술가들, 과학커뮤니케이터들, 그 밖에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편하게 네트워킹 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드레스코드였던 레드(Red)에 맞춰 딸아이가 학예회 때 썼던 붉은 LED 미키마우스 머리띠를 장착하고 참여했다. 


서울시립과학관에서 ‘APCTP 올해의 과학도서’ 강연은 2017년 개관하던 때부터 시작해, 벌써 4년 째 정기강연으로 운영되고 있다. 물론 그 형태는 변화하고 있다. 2017년도~2018년도에는 선정도서에 집중해서 상반기 하반기 각각 5회의 강연을 진행했다. 2019년도에는 ‘글쓰는 과학자’라는 컨셉으로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대중서적을 집필하는 작가로서, 과학자의 글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저자강연으로 진행했다. 과학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전체 시민을 기준으로 소수일 듯) 과학자인 저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저자강연의 가장 큰 매력이겠지만, 매주 진행되는 저자 강연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참여자들이 정말로 과학책을 읽고 강연에 참석했는지는 의문이었다. 일반 소설도 아니고, 아무리 대중서라고 하지만, 과학책은 과학책인 법. 일주일에 한권씩 읽는데 무리가 있다는 하소연도 있었다.


송년회에서 만난 작가들은 드레스코드에 수줍어하면서도 동시에 과학전문지식을 대중에게도 널리 알리고 싶어, 대중의 언어로 다시 책을 저술하는 자발적 사회공헌의 마인드를 장착하신 분들이다. 그래서 적은 강연료의 공공기관 대중 강연 요청에도 미래를 이끌 청소년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할애하고 나눔해 주시는 따뜻한 분들이다. 이분들과 시민들이 우리 과학관 강연장이라는 공간에서 만날 때 더 의미있고, 더 값진 경험이 될 수 있는 무언가 새로운 포맷의 ‘올해의 과학도서’ 저자 강연의 기획이 필요했다. 

매달 과학책 한권을 읽고 작가를 만나 강연을 듣는다는 약간은 새로운 취지의 ‘달작한 사이언스’ 강연이 탄생했다. APCTP에서 선정된 과학책 10권 중 8권의 저자분들을 섭외하여 3월부터 10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저녁 강연을 계획했다. 동시에 그달의 강연이 예정된 과학책을 함께 읽는 독서모임도 병행하여 진행하게 되었다. 20명 남짓의 참여자들이 책을 읽고 독서 후기를 작성하고, 작가 직강의 강연을 들으면서 소통하는 형태로 독서모임이 운영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라는 글로벌 팬더믹이 발생했다. 전례없이 과학관들은 무기한 휴관을 하게되었고, 우리 과학관도 3월 강연운영을 취소하였다. 곧 괜찮아지겠지, 막연히 기대하며... 그러나 기대와 달리,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었고, 학교들은 사상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실시했다. 과학관들도 하나 둘 온라인 콘텐츠 개발을 시작하였다. 우리도 4월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의 오후 작가님 강연을 2주 앞으로 남기고, 실시간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진행하기로 갑작스럽게 계획을 변경하였다. 


‘새로운 도전과 시행착오, 열린 배움의 장’은 서울시립과학관 교육 모토이다. 교육에 참여하는 교육생 뿐 아니라, 교육을 운영하는 직원들에게도 해당된다. 그렇게 우리는 난생처음 온라인 실시간 강연이라는 약간은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였다. 


온라인 강연과 오프라인 강연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이미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정통 과학강연들과 팟캐스트들 사이에서 어떻게 우리만의 컨셉을 잡아야 할 것인가? 실시간 스트리밍이라는 구조에서 참여자들과 의사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등등 다양한 부분들에 대한 예측과 준비가 이어졌다. 물론, 온라인 방송이라는 시스템, 송출 프로그램, 기자재 사용에도 익숙해져야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으니까. 

오프라인 강연이 일반적인 강연 후,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면, 온라인 강연에서는. 그것도 유투브라는 채널을 이용한 강연이라면, 뭔가 ‘유투브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달작한 사이언스’라는 문구가 주는 느낌처럼 스윗한, 딱딱하지 않는 과학 강연이 되길 바랬다. 과학책을 읽지 못한 누구라도, 과학에 관심이 없던 누구라도, 들으면서 과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강연이 되길 바랬다. 그래서 강연녹화도 기존 강연장이 아닌 과학관 도서실에서 원목의 탁자와 소품들을 배열하여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설정했다. 편안한 분위기를 리드할 수 있는 사회자도 섭외하였다. 

몇 차례의 예비 테스트를 통해서 유투브 방송의 구조에 대해 알아가고, 생방송에 대한 준비가 되어 갈 때쯤, APCTP 관계자 분께 연락이 왔다. 올해의 과학도서 홍보 등을 협력하고, APCTP 방송 채널인 네이버TV에서도 동시 생방송 송출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제 막 유투브를 익혔는데, 새로운 플랫폼 하나를 더 추가하게 되었다. 동시송출 가능성에 대해 기술적으로 여러울 것 같지는 않았다. 단 문제는 이 역시 처음이라는거. 전자기계라는 것이 하나하나 필요에 의해 덧붙여 질 때마다 예상하지 못하게 씽크가 안맞거나, 버퍼링이 동반되었다. 발생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며. 2주간의 준비기간이 지나, 온라인 강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방송 당일은 오후부터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정말 눈코뜰새 없이 긴장된 시간들이 흘러갔다. 강연을 준비했던 모든 스텝들과 강연자인 작가님도, 심지어 사회자도 온라인 생방송은 처음이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참으로 멋모르고 당차게 도전했던 것 같다. 방송사고만 안 터지길 기도했다. 다행히 강연 전에 사회자와 강연자, 현장 스텝들 사이의 호흡을 맞추는 사전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촬영 분위기는 한층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4월 23일 저녁 7시30분. 드디어 두 개의 방송 채널에서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유투브와 네이버 각각의 채널 운영과 댓글 모니터링에 스텝들이 분주해졌고, 강의자료 화면과  마이크를 테스트하는 스텝 등 각자의 역할대로 숨죽인채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 둘 접속자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청천병력! 작가님이 오늘 강연에서는 올해의 과학책으로 선정된 도서에 관해서는 강연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책을 다 읽은 독자들이 강연에 접속할 것으로 생각하고, 선정작 이외의 후속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주시려 했던 것 같다. 과학관 강연은 강연 구성과 기획, 운영은 과학관에서 준비하지만, 강연 내용 자체는 강연자 고유의 영역으로 존중하는 편이다. 그런데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책에 관한 내용이 아닌 강연을 저자강연이라 할 수 있는가 등 사전에 미처 확인할 수 없었던 문제점들이 제기 되었지만, 강연자님은 실시간 댓글을 확인할 수 없는 세팅이었다. 생방송 경험이 부족했던 운영진들이 준비과정에 놓친 부분이었다. 또한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강연자에게 실시간 청중의 반응을 어느정도 수준에서 전달해야할지, 댓글의 분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에 대한 노하우도 부족한 상황에서 스텝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강연은 계속되었고, 작가님은 뭔가 분주한 스텝들의 상황 속에서 강연을 계속 이어나가야만 했고, 결국 예리한 온라인 청중들에게는 비록 화면에 잡하지는 않았지만 현장 상황의 분주함 등이 전달되었던 것 같다. 다행인 것은 온라인 스트리밍 방송 치고는 끊김 현상 등의 우려했던 문제는 발생되지 않았다. 


강연이 끝나고, 후기들을 모았다. ‘퇴근길에 버스 안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과학을 좋아하는 자녀들과 저녁식사 이후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혹은 ‘댓글에 남긴 질문에 실시간으로 작가가 직접 답을 해줘서 강연 현장에 있을 때보다 짜릿했다’, ‘기존 과학강연은 어려워 찾아가서 듣기 겁나는데, 끝까지 관심있게 들을 수 있는 이런 강연을 알게되서 좋았다’는 등의 호평도 있었다. 반면, ‘공공기관에서 운영한 강연으로 보기엔 너무 자유분방해서 실망했다’라던가, ‘과학강연스럽지 않았다, ’준비가 미흡해보였다’는 등의 혹평도 있었다. 강연자와 모든 스텝들은 강연 후, 피드백 회의를 통해 보완할 점에 대해 공유하였다. 경험해봤기 때문에 모두가 공통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점이 존재한다는 것에도 공감했던 것이다.


코로나19는 지난 10년간 느리게 변화하던 교육계를 한 순간에 온라인화시켜버렸다. 자의든 타의든, 모든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을 운영하고,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새로운 역량들을 끌어내고 있다. 모험심을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능력이라고 한다면, 급변하는 시대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탐험가적 정신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필수 역량이 아닌가 싶다. 강연 후기의 호불호가 극명했던 것처럼, 과학에 대한 대중의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과학문화의 확산을 위해서는 다양한 수요층이 누릴 수 있는 각기 다른 형태의 새로운 시도가 끊이없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새로운 시도는 분명 더 넓은 내일을 볼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출처 http://crossroads.apctp.org/myboard/read.php?Board=n9998&id=1562&s_para1=177&s_para4=0023

조회수 2회댓글 0개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APCTP 선정, 올해의 과학도서 온라인 저자 강연** APCTP 에서는 매년 올해의 과학도서 10권을 선정하고 있는데요. 해당 도서들의 저자 강연도 진행합니다. 올해는 온라인 저자 강연으로 진행하게 되어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하게 되었는데요. 첫번째 시간으로 해도연 작가의 '외계행성:EXOPLANET'을 만나보겠습니다.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APCTP 선정, 올해의 과학도서 온라인 저자 강연** APCTP 에서는 매년 올해의 과학도서 10권을 선정하고 있는데요. 해당 도서들의 저자 강연도 진행합니다. 올해는 온라인 저자 강연으로 진행하게 되어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하게 되었는데요. 첫번째 시간으로 해도연 작가의 '외계행성:EXOPLANET'을 만나보겠습니다. 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