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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CTP Everywhere] 과학과 문화예술 소통워크숍 참가 후기 / 19.10 크로스로드

이미진 / 인하대학교

폭우도 쏟아지고 부슬부슬한 안개비도 내리고, 제법 다양한 형태의 빗방울이 떨어지던 날. 단양에 위치한, 지금도 생각날 만큼 더덕구이가 꽤 맛있었던 식당에 모여 점심식사를 하며 <과학문화 소통 워크숍> 참가자들과 처음 인사를 나누었다. 식사 이후 근처 휴게소로 이동하여 마즙을 한 잔 들이켜며 소백산 천문대를 올라가기 위한 차량을 기다렸다. 마즙에 들어간 꿀이 어찌나 달고 맛나던지, 말 그대로 꿀맛이었다. 그 달달함과 마즙 특유의 시원함이 어찌나 잘 어우러지던지, 이 또한 지금도 생각나는 맛이다. 소백산 천문대를 올라가기 전 통과의례처럼 먹는 것이라 더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 차량에 탑승해서 해발 고도 1300미터에 위치해 있다는 소백산 천문대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구불구불한 산길 곳곳에는 우리 태양계의 행성 모형이 위치해 있었다. 같이 탑승했던 이은희 작가님에 따르면 태양으로부터 각 행성까지의 실제 거리를, (기억이 맞다면)천문대에 들어서는 산길 입구를 해왕성, 목적지인 천문대의 위치를 지구로 산정한 축척에 따라 축소하여 배치한 것이라고 했다. 어찌 보면 무료하게 올라갈 수도 있었던 여정에서 ‘다음 행성은 언제 등장할까?’하는 소소한 기대감을 품고 가는 여정으로 변환하게 한 재치 있는 장치였다.

첫째날


천문대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풀고 약간의 휴식 시간을 가진 뒤, 본격적으로 그날 일정을 시작했다. 첫 세션은 가장 중요한 ‘자기소개’. 이런 자기소개에 굉장히 취약한 지라 긴장한 채 내 차례를 기다렸다. 전반적인 인원 구성을 보아하니 연구자와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을 하고 계시는 작가님들,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구성원의 특성 상 기본적으로 저서가 한두 편씩은 있으셔서 저서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내는 것으로 자기소개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 내셨다. 나에게 ‘저서 출판’은 ‘엄청난 책임감’과 동등한 의미를 지니다 보니, 저서가 있는 분들은 그 책임감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대단한 분들로 다가온다. 그 사이에서 나만 저서가 없는 분위기라 괜히 위축되긴 했지만 한편으론 그런 대단한 분들이 눈앞에 이렇게 많이 계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해서 기대하는 마음을 한껏 담아 경청했다. 내 차례가 되어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소개를 시작했다. 많이 긴장해서 정말 생각나는 대로 읊조렸다. 내가 공부하는 통계물리학 분야에서 어떤 종류의 연구를 하고 있는지, 그런 연구가 물리학에 대한 관점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기존 관심사와 연구 경험이 어떻게 결합하여 과학의 대중화 및 대중의 과학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직접 나서서 그 역할에 동참하고 있지 않지만 그 역할을 하고 계신 작가님들을 이 자리에서 만나 뵙게 된 것이 얼마나 설레고 기대되는지 등을 두서없이 이야기하고 자리에 앉았다. 다행히도 산만 했을 내 이야기를 다들 잘 들어주셔서 마음이 한결 놓였다. 2박 3일에 걸친 일정 중, 강연은 ‘과학’을 담당할 경상대학교 이강영 교수님, 경희대학교 김상욱 교수님, APCTP의 최지혜 박사님과 ‘문화예술’을 담당할 조진호 작가님, MBC 김민식 PD님, 과천국립과학관의 윤아연 학예사님께서 진행해 주셨다. ‘과학’과 ‘문화예술’ 강연이 교대로 이루어졌는데, 강연 구성의 균형과 순서가 매우 조화로웠다. 그리고 머물렀던 내내 날씨가 궂었던 탓에 밤에 별 보는 일은 포기해야 했던 지라, 둘째 날에는 과학 유튜버 삼인방---<안 될 과학>의 궤도님, <지식인미나니>의 미나니님, <과학쿠키>의 과학쿠키님---과 연세대 김응빈 교수님께서 추가로 강연을 해 주셨다. 이렇게 알찬 구성이라니! 평소에도 이런 종류의 강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반길 수밖에 없는 일정이었다. 특히나 과학과 관련한 ‘문화예술’ 부분의 강연은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내용인지라 더욱 관심 있게 들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과학의 대중화・대중의 과학화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연구자들이 이런 활동에 참여할 수는 없고 모두에게 그 의무를 지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중의 이해 속에서 연구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만큼, 최소한 이로부터 창출된 연구의 산물인 과학 지식을 대중에게 되돌려 주고자 하는 사회적 책임감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견지이다. 현재의 내가 그것을 행동의 형태로 실천하지 못하는 만큼, 대중에게 과학을 알리려 노력하시는 분들을 보면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을 기꺼이 대신 해 주시고 있다는 인상이 들어서 존경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특히나 어떠한 창작물을 만드는 것만 해도 수고로움이 녹아 드는데, 거기에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한 노력까지 더해진 저작물이라면 그 노고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시는 세 분의 제작 과정 일부를 공개해 주셔서 살짝 엿보았는데, 하나의 영상 콘텐츠에 쏟아 붓는 그 노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8개월 이상의 시간을 소요하고, 각 장면에 해당하는 콘티를 큰 줄기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나누어서 작성하고, 내용 상의 오류가 없는지 전문가와 끊임없이 의논하고 상의하고…….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겪듯이, 하나의 온전한 결과물을 만들기까지 거기에 들이는 노력이 보이는 것의 몇 배 이상이라는 것은 어림짐작 하고 있었다. 모든 연구자가 경험하는 것처럼 나도 발표를 하거나 논문을 쓸 때 어떠한 용어가 더 적절한지, 설명에 틀린 구석은 없는지 반복해서 점검한다. 물론 그럼에도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거나 오개념을 전달하는 일은 발생한다. 실제로 잘못 전달하는 상황이 생기는 경우, 연구의 내용을 주고 받는 대상이 대부분 동료 연구자이기 때문에 그 내에서 자정작용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연구란 그렇게 주고 받는 논의와 논쟁의 역동적인 과정 그 자체이기도 하니, 이런 광경이 특별히 이상할 일은 없다. 그러나 대중에게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전문가가 비전문가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발화 시 오개념을 최소화 하여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오개념이 없는 완벽한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나는 오개념을 전달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지나치게 크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 나와 달리, 과학 커뮤니케이터분들은 그 두려움을 안고서도 과학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행하고 계시니 나로서는 경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새로이 공부하고, 이후에는 그 지식을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내는 고민을 치열하게 진행하는 과정이 추가될 테다. 그렇게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에서 두 입장을 모두 이해해야하는 중간자적 위치에서 교량의 역할을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계시니,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절로 생길 수밖에. 이야기를 여러 차례 나누었던 이솔 작가님께서 “과학자들이 연구 외에 시간을 내어 이런 모임의 장에 기꺼이 나와 함께 교류하는 것이 고맙다”고 말씀하셨지만, 사실 나로서는 과학자들이 해야 하는 일을 기꺼이 대신하여 주시는 분들을 내 눈앞에서 뵙고 그 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으니, 어찌 이쪽에서 감사하지 않고 신나지 않을 수 있었으랴. 이번 강연 구성이 유독 좋았던 이유는, ‘과학’ 부분에서 나와 다른 분야의 과학 전문가들의 강연을 통해 지적인 만족감을 느끼고, ‘문화예술’ 부분에서 전혀 다른 삶을 걷고 있는 동경하던 분들의 이야기로 시야가 트였고, 그 안에서 예기치 못하게 위로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날씨 탓으로 야외 활동이 취소되고 특별하게 마련된 김응빈 교수님의 짧은 강연. 현재 구성원을 대상으로 할 만한 적절한 발표 자료가 준비되지 않아 전문 분야에 대한 강연은 다음을 기약하셨다. 자전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는데, 워낙 말씀을 재미있게 하셔서 웃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웃으며 들었다. 유학생 초년 시절 영어 때문에 첫 수업에서 겪었던 좌절감에 대해서 말씀하시면서, 당시의 담당 교수님께서 적절하게 위로를 해 주셨던 추억을 떠올리셨다. 그러면서 덧붙이셨던 건 “사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소위 말해 ‘갑질’을 당하기보다 ‘갑질’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힘을 가진 사람들인만큼, 젊은 세대에게 무작정 채찍질을 하기보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언어로 위로하고 보듬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씀이었다. 진부하게 오고 가는 “힘내! 잘 하고 있어!”라는 말을, 내가 어느 상황일 때 누구에게 듣는지에 따라 마음을 울리는 정도가 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마침 지나가듯이 하신 저 말씀을 듣는데, 왠지 자꾸 울컥했다. 교수님께서 하셨던 저 말이 지금의 내게 필요했던 말이었나 보다. 비단 이번 뿐 아니더라도, 감사하게도 내 주변엔 보듬어 주시는 선배 연구자분들이 많아서 때때로 이런 위로와 격려를 받으며 마음을 가다듬고 나아갈 힘을 얻는다. 내가 받았던 수많은 위로를 기억하며, 함께 길을 걷고 있는 후배 연구자들을 같이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다짐을 다시금 했다. 모든 강연이 좋았지만 전부 세세하게 읊을 수 없으니, 각 강연에서 느꼈던 주된 감상을 짤막하게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이강영 교수님 강연에서는 교수님의 내공에 감탄했다. 스케일(scale)을 큰 줄기로 하여, 고전역학에서 당연하게 관찰하던 현상이 원자 수준에서는 당연하지 않아지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양자역학이 대두 되는 흐름으로 강연이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전자의 특성, 상호작용 등이 함께 이야기에 보태어졌다. 양자역학을 떠올리면 연상 되는 슈뢰딩거 방정식 등의 복잡한 수식 없이, ‘쉽게 설명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양자역학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시는 모습에 감탄했다. 김상욱 교수님 강연은 예술 작품과 과학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었다. 다루시는 내용의 범위가 굉장히 넓은데 구성이 촘촘하고 단단하게 잘 짜여져 있어 그 뛰어난 유기성에 경탄했다. 강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최대한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 화가의 최고 능력으로 칭송 받던 시기에 카메라의 발명으로 사진이 등장해서 화가들의 위상이 한없이 흔들렸다. 예술 작품의 본질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이루어지고 그로 인해 현대미술이 생겨났다. 인공지능이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등 인간의 감성 영역을 대신 표현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지만, 카메라의 발명 시기를 현명하게 극복해 나갔던 과거로부터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대목에서 고개가 여러 번 끄덕여졌다. 조금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카메라의 발명에도 불구하고 ‘사진 같은 그림’에서 느끼는 감동은 여전히 유효한데, 그런 정교한 그림 속에 녹아 든 작가의 열정과 시간과 노력에 감동의 유효성이 작용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소설과 그림이 질적인 면에서 인간의 결과물과 비슷하거나 더 뛰어나다 할지라도, 결국 그를 감상하는 것 또한 인간이기 때문에 그 결과물의 너머도 함께 보지 않을까. 막연히 낙관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그런 인간이기 때문에 결국 해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과거에 그러했던 것처럼. 최지혜 박사님은 위키피디아 문서 편집의 시간 패턴을 통해 사람들의 행동을 시간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연구를 말씀하셨다. 같은 분야에서 연구하시는 분이라 비슷한 연구의 발표를 여러 번 들었는데, 만화가이신 유승하 작가님께서 “물리학에서 이런 연구를 한다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는 코멘트를 하셨다. 통계물리학에서 워낙 다양한 소재로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이런 코멘트를 듣는 일은 무척 흔하다. 그리고 이런 코멘트를 들을 때마다 이런 연구 또한 물리학이라는 걸 많은 분들이 아실 수 있게 더 노력하고 분발해야겠다는 긍정적인 자극이 된다. 비록 내가 발표한 연구는 아니었지만 나까지 불타오르는 계기가 되었다. 김민식 피디님은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내가 계획하지 않은, 혹은 예상하지 않은 선택을 했을 때’ 일어난다고 하셨고, 정말 그런 삶 그 자체인 분이셨다. 특히나 나는 ‘당연히 안 될 것’이라 판단해서 미리 차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삶의 흐름이 나와 정반대였다. 워낙 다채로운 색의 경험을 하신 분이다 보니,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고 듣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자신의 능력을 제한하지 않고 다가온 예상치 못한 새로운 선택지를 과감히 받아들여 보는 시도를 통해 삶의 경험을 풍부하게 해 나가는 것, 그로 인해 얻은 깨달음과 성장.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내게 굉장히 용기 있는 모습으로 다가왔고, 그런 용기가 부러웠다. 조진호 작가님에게서도 이런 삶의 궤적을 읽을 수 있었다. 대학원 다니던 시절 우연한 기회로 민족사관학교에서 선생님을 시작하시게 되었다. 틀에 박힌 시험 문제에서 벗어나 보고자, 부임하던 첫 해에 시험 문제를 만화로 제출하셨다고 했다. 그 컷을 공개하셨는데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감탄했다. 저런 정성이라니…! 만화를 수업으로 활용하시던 경험이 축적되어 중력의 역사와 원리를 설명하는 만화인 <어메이징 그래비티>로 이어졌다. 현재는 교사 생활을 그만두시고 다른 길을 걷고 계시는 조진호 작가님. 두 분의 삶의 결이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과학관 큐레이터라는 일을 하고 계시는 윤아연 학예사님의 강연 내용도 생소해서 흥미로웠다. 과학관의 역사와 성격, 학예사의 역할과 전시 기법에 대한 이야기를 조곤 조곤 차분히 소개해 주셨다. 과학관이 여전히 ‘학습하는 곳’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과학관은 유독 청소년 관람층이 두텁다. 청소년 뿐 아니라 일반 성인들도 과학관을 박물관이나 미술관처럼 즐기고 접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과학자로서 연구를 하고 있는 나로서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관점의 전환이라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부터 과학관을 ‘청소년의 학습의 장’으로만 여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실제로 과학관에서 다양한 행사를 조직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과학 지식에 대한 갈급을 느끼고 있고 수요를 갖고 있다는 것을 꽤 느끼셨다고 했다.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넘어서서 성인들만 즐길 수 있는 과학관 행사도 계획하시고, 더 나아가 과학이 문화로 정착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꾀하시는 것을 보면서 나 또한 감화 되었다. 연이은 이틀 동안 이루어졌던 자유로운 분위기의 술자리는 처음 본 사람들이 더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별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성언창 대장님의 별 사진을 보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하고, 작가님들의 일상이 궁금했던 나는 작업 과정에 대해 이것저것 여쭈어 보며 지식의 전달에 대한 노력의 고충을 엿보기도 했다.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성인들이 처음 만나 한 장소에서 2박 3일동안 내리 부대끼며 지내다 보니 묘한 친밀감이 형성됐다. ‘소백산 천문대’라는 특별한 장소가 주는 매력이랄까. 소백산을 내려오고 나니 그 장소가 자꾸 생각난다. 몇 년 전 왔던 이 장소가 왠지 모르게 이따금 생각 났다던 유승하 작가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다. 푸짐하고 맛있었던 식사, 식사와 술자리를 즐겼던 식당, 기가 막히게 맛나던 달짝지근한 개복숭아 담금주, 오랜만에 묵어 본 8인용 숙소, 관측실을 가던 길에 걸려 있던 다양한 별 사진, 거대해 보이기만 하던 우리나라 최초의 61cm짜리 연구용 망원경, 한 번도 본 적 없던 신기한 모양의 관측용 카메라, 하이킹 대신 산책 코스처럼 걸었던 수목원 같던 길과 그 길목에서 만난 수없이 예쁜 꽃과 나무들, 별을 못 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대장님께서 특별히 개방해 주셨던 캣워크에서 내려봤던 소백산 전경, 산을 가득 메우던 부염이 안개가 아닌 구름이었다는 것(보기와 다르게 습한 느낌 없이 촉촉하기만 해서, 이것이 구름이구나! 싶었다)까지. 약간 꿈을 꾸다 온 듯한 느낌마저 든다.

마지막날 캣워크 위에서! 특별한 공간에서의 생활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던 건, 같이 시간을 보낸 구성원의 영향이 크다. 소백산에서 내려와 점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김민식 피디님께서 “이렇게 비균질적인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가 흥미롭다”고 말씀하셨는데, 그에 적극 동의한다. 여기에 조금 더 보태 보자면, 비균질적인 구성원 가운데 균질적인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과학에 대한 관심이다. 나에게는 직업이라 당연한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의 수많은 것들 중 하필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균질적인 공통점이 이 비균질적인 집단이 어우러지는데 한 몫 했으니 이 분들을 만나게 된 것에 감사할 수밖에. 특별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특별한 만남에 초청 받을 기회가 생기신다면, 주저 하지 말고 참여하시길. 유승하 작가님의 경험처럼, 그 때의 안온한 감정이 인생에서 힘든 시기에 이유도 모르게 따듯한 위로로 다가올 지도 모른다. 출처 : http://crossroads.apctp.org/myboard/read.php?id=1482&s_para1=169&Board=n9998&admin=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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